“단순히 수술만 하는 외과의사가 아닌 환자의 인생을 바꾸는 치료라고 생각해요.”
51세 K씨는 150㎝의 작은키에 114㎏으로 체질량지수가 46.8로 고도 비만 환자였다. 그는 당뇨와 고혈압, 수면 무호흡증 등을 갖고 있었고, 무릎 통증 등으로 외출 활동이 불가능했다. 침대에서만 생활하던 그는 가족들의 권유로 지난해말 고도비만 치료를 위한 위 밴드(기구로 위 일부를 묶음)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는 놀라웠다. 현재는 30㎏ 이상 감량하고 식당도 운영하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체중 감량과 함께 고질병이었던 고혈압과 당뇨도 치료됐다.
▲ 황시은 교수 |
비만 치료를 위한 위 절제, 위 밴드 치료는 국내 보급률이 낮았고, 지역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일이었다.
약물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마지막까지 실패를 겪은 환자들이 '살기위해' 마지막 시도를 하는 위 절제 수술이었지만 인식이 낮고 편견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교수는 지난해 대만을 다녀오면서 비만 수술에 관심을 갖게됐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비만도가 높은 대만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비만 수술이 발달해 있었고, 미국에서는 20년 이상 자리잡은 분야기도 했다.
국내에도 고도 비만 환자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을 위한 비만 수술은 황무지에 가까웠다.
“고도 비만 환자들은 주변의 시각 때문에 거의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어요. 그래서 그 숫자가 엄청나지만 눈에 띄지 않을 뿐이죠. 그냥 시각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중증 환자인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황 교수는 고도 비만 환자 상당수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덕분에 비만 치료는 물론 심리치료, 인생상담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금까지 8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모두 20㎏ 이상의 감량 효과를 보였지만, 다이어트 목적이 아닌 건강을 되찾는 환자들의 모습이 보람되기만 하다.
그는 “일부 환자들은 일종의 미용 다이어트 센터로 생각해 무분별 수술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체질량 지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 절대 수술하지 않는다”며 “비만 환자들이 고도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아 치료받고 상담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도 걷지 않는 황무지의 길을 걸으며 주변 외과의사들의 따가운 시선도 받았지만, 새로운 도전이 즐겁고 흥미롭다는 그는 진정한 의사였다.
김민영 기자
■황시은 교수 프로필
▲ 전북대병원 전공의 수료 전북대병원 간담췌이식외과 전임의(2년) 역임 ▲ 대한 외과학회 평생회원 ▲ 대한 임상종양학회 평생회원 ▲ 한국 간담췌외과학회 정회원 ▲ 대한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정회원 ▲ 한국 정맥경장영양학회 정회원 ▲ International Training Workshop for Bariatric & Metabolic Surgery (E-Da Hospital, Tai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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