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열린 충청권 선거구증설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염홍철 시장이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충청권 선거구 증설에 관한 지역 정치권의 뒤늦은 대응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제19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안 마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자유선진당 대전시당 및 충남도당은 8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시도당에 '대전·충남 선거구증설 정치권협의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날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주최한 선거구 증설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는 천안을 제외한 충청권의 선거구 신·증설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인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8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부터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는 대전이 표의 등가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 상당히 공감했지만 현재 법률체계로는 억울함을 인정하면서도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법 조정 등을 통해 정개특위에서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세종시도 현재는 기존의 공주·연기 지역구를 하나의 선거구로 유지하는 형태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개 시·도 가운데 인구 대비 가장 적은 국회 의석을 가진 대전에서는 그 동안 표의 등가성과 인구비례 원칙을 내세운 선거구 증설 요구가 지속돼 왔다. 18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는 민·관·정이 함께 나서 이 같은 요구를 줄기차게 전달 했으며, 지난해 말에도 대전지역 3개 정당과 전문가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선거구 증설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도 정작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등의 현실적 접근 없이 일방적 요구로 끝내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논의를 중단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협의체 구성 역시 자칫 '탁상공론'으로 그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전의 경우 선거구 증설을 위해서는 인구비례에 따라 전체적인 의석수를 조정하는 등 공직선거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정치적 지형 변동과 지역적 이해관계의 대립이 수반될 수 밖에 없어 사실상 법 개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치권의 '동상이몽'도 문제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사람이 많아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현재 상황에서 정치권 협의체 구성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 접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한 대전의 선거구 증설보다, 지역적·정치적 이해 관계를 뛰어넘어 여야 각 정당이 합의할 수 있는 선에서 세종시 선거구 신설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두된다.
더불어 대전의 선거구 증설 문제는 뒤늦은 대응이 반복되지 않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현재 19대 선거구 획정 문제가 급하게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현실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이번에 대전 선거구 증설이 쉽지 않다면, 천안 분구와 세종시 선거구 신설을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놓고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단결된 힘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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