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원하는 주민들은 해상수계 분쟁에 따른 어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단이 통합이라는 견해를 내세우고 있고 이 같은 통합주장에 대해 서천군과 의회, 이장협의회 등은 통합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저지활동에 들어갈 상태다. 나소열 군수는 통합논의는 주민 간 반목과 갈등을 조장한다며 서천군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논의를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예산·홍성 간 통합논의 역시 치열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충남도내 기초자치단체간 행정구역 통합논의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이미 정부주도의 도농통합작업에 의해 통합된 지역이 있고 통합에서 빠진 지역들을 중심으로 통합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율통합을 전제로 통합되는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반행정체제개편작업이 추진되면서 또다시 쟁점화됐다. 정부의 통합논의는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성도 있으나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행정구역은 멀리는 삼국시대부터 가깝게는 조선시대에 결정된 것으로 오랜 역사적·정서적 뿌리가 깃들어진 일종의 공동체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일제가 이 같은 우리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파괴하려고 행정조직개편 등을 단행했지만 오랜 전통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물론 시대적 흐름에 따른 여건이 변화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가령 내포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예산·홍성지역이 통합돼야 할 행정적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오랜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지닌 지역의 통합은 절대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통합 이후 초래될 부작용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주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이 반대하는 통합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