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전판 '도가니' 막는 점검이어야

대전지역 장애인 시설에 대한 민·관 합동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대전판 '도가니'는 없는가, 또는 앞으로 그럴 개연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민·관 합동 점검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시민단체 주도로 이뤄져 대대적인 실태 조사로서는 실효성이 의문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점검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편승한 전시성 행사가 안 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대전지역 '장애인 시설 인권실태 조사팀'에 걸맞게 성폭행과 폭력을 포함한 인권보호 현황 파악이 그 핵심이다. 인권 유린, 운영 비리 등 장애인 수용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면 행정처분도 하고 사법처리도 해야 한다.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까지 찾아야 한다. 장애인 성폭력 및 인권 침해가 사회문제화하자 마지못해 하는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또한 이 같은 점검을 특수학교와 법인시설 등 모든 장애인 시설로 확대해야 한다. 민간이 일대일 면담을 주도하고 공무원과 경찰관은 입회만 하는 정도라면 실태 파악에서 멀어질 수 있다.

만약 인권침해 사례가 발견되면 피해 장애인을 시설에서 분리 조치하고 가해자에 대해 엄한 법적 제재를 해야 할 것 아닌가. 성폭력, 비리를 저지른 사회복지법인에 대해서는 퇴출 조치까지 단행해야 한다. 단지 영화의 영향으로 시설 종사자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불법에는 엄히 대응해야 한다. 장애인 시설 인권 개선은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문성 등을 이유로 어느 일방의 주도로 점검이 이뤄진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실태 점검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인권 침해를 원천적으로 막고 인권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개발에도 반영해야 하는 까닭이다. 영화 '도가니'가 환기시켜준 것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지 냄비 열풍이 아니다.

이번 합동점검은 위법·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한 사후적 측면만이 아닌 장애인 시설 및 복지에 대한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는 계기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도 9일로 예정된 대전 성세재활원 실태 점검은 민·관이 실제로 함께하는 '합동점검'이 되길 바란다. 장애인 인권침해 사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그게 맞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