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남이 장(場)에 가니까 따라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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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석]남이 장(場)에 가니까 따라간다고요?

[중도시평]백운석 부국장·건설금융팀장

  • 승인 2011-11-08 17:05
  • 신문게재 2011-11-09 20면
  • 백운석 부국장·건설금융팀장백운석 부국장·건설금융팀장
▲백운석 부국장·건설금융팀장
▲백운석 부국장·건설금융팀장
지난 9월 하순 이후 한 달여간 지역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도안신도시 신규 아파트 분양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금까지 도안에는 유례없이 7개 단지에 8000여 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됐다. 특별공급을 제외하면 청약에만 1만9300명이 몰렸고, 경쟁률 또한 평균 2.67대 1을 기록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안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특히, 도안신도시 일부 신규 분양단지는 1순위 평균 경쟁률 6.7대 1, 한 달여 만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물량이 100% 분양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근래 들어 찾아보기 드문 현상이다. 부동산 전문가나 부동산업계 조차 도안의 청약이 이처럼 과열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하반기 도안신도시에 불어 닥친 아파트 청약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와 부동산업계는 몇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내년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 등이 침체기에 빠졌던 지역 부동산시장을 청약열풍에 몰아 놓은 것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도안신도시가 대전의 마지막 택지개발지구라는 점과 기존 주택가격의 상승 및 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자까지 분양에 가세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신규 분양단지가 이자 후불제로 계약금 3000여만원만 있으면 입주 전까지 걱정할 게 없어 당첨되면 '로또'가 될 것이란 기대심리도 과열의 불씨가 됐다. 언론도 일정부분 과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인정한다.

부동산의 8할은 심리라고 한다. 부동산가격은 장기적으로 인구와 수급 등에 따라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 도안과 같이 신규 분양시장이 과열되면 청약자 중 다수는 장래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합리적 계산보다는 충동과 편견 등 비합리적 계산에 의해 청약에 나서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단기적 문제는 바로 심리다.

도안에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무주택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됐다. 하지만, 그리스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찬바람이 불고 있는 수도권의 분양시장과 거래가 끊긴 대전의 기존 주택시장을 감안하면 지역 신규 분양시장 과열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2009년 이후 지역에서 신규 분양이 뜸하면서 지역 내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는 중소주택형을 중심으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신규 분양으로 대전의 주택시장은 호가만 올랐을 뿐, 거래가 끊기는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대전의 아파트 매매가는 2주 연속 변동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전셋값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주대비 2% 하락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팔려고 내놓은 매도물건만 있고 매수자는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2012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올 보다 0.4%포인트 낮은 3.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 등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국내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역 분양시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만일 도안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될 2~3년 후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가수요자가 분양받은 물량이 대거 부동산시장에 나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에 올인하는 시대는 지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두기만 하면 오르는 부동산시장의 봄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블루오션(대세상승기)이 아닌 레드오션(침체기)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침체기에는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보다 손실을 입지 않는 자산 보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때로는 공격형 투자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는 생존형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부동산은 변동성이 강해 결코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 수요자나 가수요자는 아파트 청약에 앞서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자금 계획 없이 프리미엄에 눈이 멀어 '남이 장에 가니까 따라간다'는 식으로 아파트 분양을 간단히 생각했다간 훗날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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