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황금은 색깔이 변하거나 산화하여 성분이 변하지 않는 비철금속으로 금관이나 귀고리 등 왕과 왕비의 상징적인 장식물을 만드는데 썼던 귀한 물질이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도 황금의 보유량은 한나라의 경제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황금으로 상징되는 황색은 자연스럽게 황제나 왕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고 부의 상징이 되었다.
황칠도 마찬가지였다. 황금은 너무 귀해서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자연에서 황색을 내는 물질을 찾아 쓰려고 애썼다. 그러나 황색을 내는 물질을 찾아내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황칠 나무의 진(수액)이 자연스런 황금색을 띠게 되었다. 황칠나무의 진은 색깔뿐만 아니라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안식향)도 머금고 있었다.
옛 문헌에 보면 황칠나무는 백제의 특산물이었다. 특히 지금의 전남 해안 지역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는 지역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의 고유종이었다. 이 황칠은 중국에서까지 구해 가려고 애썼다. 그것이 바로 황금처럼 빛나는 황칠갑옷 '명광개'였다.
최근 공주지역에서 백제시대 유물인 옻칠갑옷이 발굴돼 이것이 우리나라와 중국의 옛문헌에 보이는 '명광개'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색깔이 황금색이 아니고 검은색을 띠고 있어서 황칠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 황칠은 조선시대까지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왕실과 선비들이 아주 귀한 물건을 칠하는데 썼으며 약용으로 쓰거나 벽사용이나 축원용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하였다.
이런 황칠나무는 한 동안 문헌에만 보이고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최근에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황칠나무를 찾아내 황칠채취와 활용기술 등을 되살려 내고 있다.
요즈음 황칠부채, 황칠그릇 등 황칠을 이용한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황금색의 신비로움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향기에 취해볼 수 있다. 황칠용품을 쓰면서 황제로 등극해 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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