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집에서는 아버지의 인형인 딸이었고, 결혼하고 나서는 당신의 인형인 아내였어요.”
“신여성이니, 모던 걸이니 그 모두가 허울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당신의 인형이었을 뿐입니다.” 극중 정희의 대사.
'연극 역사상 최초의 신여성, 더 이상 인형이길 거부하다.'
▲ 연극 '인형의 집' 포스터. |
대전문화예술의 전당(관장 임해경)은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헨릭 입센의 가장 뛰어난 희곡작품이자 세계 근대극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인형의 집'을 전당 자체제작 연극시리즈 7번째 작품으로 공연한다.
이번 '인형의 집' 연출을 맡은 최용훈은 최근 '돈 주앙', '왕은 왕이다', '에이미'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출가로 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헨릭 입센의 원작을 한국 근대 배경으로 옮겨와 시대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로부터 '마법의 연출가', '새로운 연극 스타일을 창조하는 연금술사'라고 칭송 받으며 '너무나 매력적이고 꼭 보아야 할 작품'이라 평가 받은 또 하나의 걸작 '인형의 집'은 19세기 발표 당시 전 유럽을 뒤흔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연출가 최용훈이 각색한 '인형의 집'에서는 식민지 조선 경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1920년대 식민지 조선 경성에서의 한해가 저물고 있다. 설날을 준비하기에 바쁜 동경유학파 출신 신여성 정희는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남편 경석이 식산은행의 지점장이 될 것이기에 다른 해의 명절 맞이 보다 한결 들뜨고 설렌다.
한편, 식산은행의 지점장이 될 경석에게 형철은 자신을 해고시키지 말아달라는 청을 하러 찾아온다. 경석은 그 청을 거절하는데, 형철은 해고를 막기 위해 자신에게 빚을 진 정희를 압박해 들어온다.
같은 날 정희의 집을 찾은 옛 동무 현숙은 오랜 타지 생활을 접고 경성에서 재기하고자 정희에게 일자리를 부탁하지만 현숙의 일자리는 형철의 해고로 빈자리를 채우게 되는 일, 형철은 정희에게 더한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 경석, 정희 부부의 오랜 벗인 의사 준태는 자신의 지병이 악화돼 곧 죽게 되리란 걸 알고 정희에게 암시를 남기는데….
시시각각 조여 오는 형철의 압박 속에서 정희는 어떻게든 남편 모르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형철의 해고를 막아달라는 정희의 말에 오히려 격분한 경석은 형철의 해고장을 전보로 보내버리고, 형철은 정희에게 그간의 모든 일을 폭로한 서한을 경석의 우편함에 넣어 버린다.
정희는 온 힘을 다해 모든 것이 밝혀지는 그 순간을 늦춰보려 하지만 결국 우편함은 열리게 되고, 정희와 경석은 위기 속에서 그들의 결혼과 행복에 깃든 위선과 거짓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원작의 배경을 한국 근대로 옮겨와 보편적 주제를 전달하는 연출가 최용훈의 노련함과 뛰어난 상징, 신랄한 풍자, 현실인식이 돋보이는 젊은 감각이 더해져 예술적 치밀함으로 가득한 무대를 선보일 것이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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