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는 것보다 더 문제는 선거구 증설을 추진할 의지 결여다.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관철시키려는 동력도 약하다.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선거구 증설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충청권만이 아닌데도, 의석 불균형 문제 해소에는 소극적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적은 충청권의 의석 늘리기 작업을 그대로 용인해줄 리 없는데도 말이다.
2008년 논의 당시에도 선거구 획정위원장 보고서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부실했던 부분을 시인하면서 “향후 19대 총선 선거구 획정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까지 했었다. 똑같은 일이 지금 재연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매듭짓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이 투표 가치의 평등성을 침해당했다고 비슷하게 말은 하면서도 대응은 동상이몽이었던 게 문제였다. 20대 국회에 가면 행정체제 개편까지 변수로 작용해 큰 틀을 다시 짜야 할지 모른다. 신·증설 선거구가 있으면 폐구나 합구되는 선거구가 있어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선거구 증설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이 어렵다. 그래서 효과적, 효율적 대응이 요청되는 것이다.
선거구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인구 편차 범위를 재조정하는 등 근본적인 입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우선 이번에는 세종시와 천안시, 대전시 등 충청권 선거구 증설의 여론을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세종시의 경우에는 투표 가치의 균등주의로만 말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획정위원회에 충청권 연고를 가진 인사가 없다, 전달 통로가 마땅찮다는 것 등이 '지지부진'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천안을 선거구의 분구와 세종시의 지역구 설정은 기본이고 대전은 최소 1석이라도 늘려야 한다. 특히 잊지 말 것은 충청권이 초당적인 공조체계를 유지해도 관철시키기 힘든 구조라는 점, 더욱이 선거구 획정 논의는 정치적 협상과 타협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