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선거구 증설의 필요성에 지역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속에 얼마나 성과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정치권의 '뒷북성' 움직임이 선거구 증설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보다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시성 발언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다.
일각에서는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해 선거구 분구 및 합구 조정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 특위 위원들이 국회의원 정수 자체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뒤늦게 포착한 정치권의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오는 18일까지 내년도 국회의원 선거 지역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논의 과정에 따라 획정안 마련 및 국회 제출 시기가 다소 지연될 수도 있지만, 선거구획정위는 현재 공청회와 정당별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세부적인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등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선거구획정위가 분구와 합구 대상 지역에 대해 구체적인 조정 논의를 진행하면서 이미 영남지역에서는 현재 해운대구와 묶여 있는 부산시 기장군의 독립 선거구 설치 등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반면, 의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충청권의 경우 선거구획정위 안에서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와 천안 을 분구 필요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실제 선거구 증설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치권은 미온적 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3개 정당 간 연석회의를 제안하는 등 뒤늦은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이날 시당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전ㆍ충남의 선거구 증설 문제가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며 “3당의 대전·충남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초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같은당 이상민 의원은 급작스럽게 충청권 선거구 증설 관련 긴급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이 의원은 8일 대전시청에서 선거구획정위원인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를 초청해 선거구 증설 논의 과정을 살피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사실상 선거구획정위원회 활동시한이 마감을 앞두고 있고, 향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에 있다”며 “충청권 선거구 증설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충청민이 힘을 모아 치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 마련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권의 뒤늦은 대응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추가적인 조정이 가능하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만, 정치개혁특위도 선거구획정위의 안을 전제로 논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안에 지역 정치권을 비롯한 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또 총선을 앞두고 정당간 이해타산속에서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지기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권선택 위원장은 “선거구획정위 안이 나오면 정개특위에서 다루게 되는데, 이는 철저한 정치적 과정으로 이 과정에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여야를 막론해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낸다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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