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선]소비자의 현명한 주택담보대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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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선]소비자의 현명한 주택담보대출 관리

[경제칼럼]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

  • 승인 2011-11-06 13:05
  • 신문게재 2011-11-07 21면
  • 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
▲ 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
▲ 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
우리 금융시스템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지 4개월이 지났다. 시행 초기 일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공급을 중단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주된 자금공급자인 은행권에서 신규 대출공급을 억제하거나 공급확대 유인을 없애는 주택담보대출 영업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아파트 분양 시 수반되는 집단중도금대출 취급에 적극적이었던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대를 우려해 보수적인 신용기준을 적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일선 은행 지점들에 주어졌던 공급목표가 없어지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이나 만기연장 등에 있어서도 이전과 다른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의 장기·고정금리·비거치식 주택담보대출 확대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상환조건의 주택담보대출의 공급확대는 필연적으로 이에 적합한 자금조달을 전제로 하므로 이를 위해 은행권에서는 다각도로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함께 저소득자의 비은행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현상들은 모두 금융정책의 변화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금융권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대출 이용을 위해 은행 창구에 간다면 변화를 실감하게 되겠지만 대부분의 기존 대출이용자들은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 개인들이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해소할 목적으로 자신이 부담하고 있는 대출의 상환조건을 변경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개인들은 매월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자신의 부채상환능력을 매우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대출이용자들이 대안을 찾는 의사결정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새로운 상환조건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방안을 잠시 고민하다가도 조기상환수수료 등 일부 부담하게 되는 비용요인 때문에 혹은 새로운 선택이 지금 당장은 옳아보여도 장기적으로 다시 틀릴 수도 있다는 막연한 염려 때문에 의사결정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수준이나 신용도가 낮을수록 경기침체 상황에서 자신의 채무상환능력이 한계상황에 빠르게 도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소득층이나 신용도가 높은 소비자보다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문턱이 높아지고 보다 강화된 신용판단기준이 적용됨에 따라 대출이용 가능성이 낮아지는 요인으로 인해 의사결정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자칫하다가는 최악의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강요받게 될 수도 있다.

최근에 한 지인을 만나 기존에 이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관해 상담을 해준 적이 있다.

약 3년 전부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왔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즉답 대신에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 분은 사실 연초부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계속 미루게 되었고 이러다가는 연말을 그냥 넘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분은 의사결정 속도도 문제였지만 실행력이 더 큰 과제인 경우였다.

지난달까지 새로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로 대환처리를 하겠다고 했었으나 실제 실행에 옮겼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계상황에 맞닥뜨리지 않더라도 자신의 부채관리를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소비자의 현명한 주택담보대출 관리의 기본이다.

최초 주택구입 시에는 그렇게 쉽던 대출상품 결정에 비해 몇 년이 흐른 다음 새로운 상환조건의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힘든 것은 왜일까.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도 다른 형태의 의사결정이며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상환능력, 선택 가능한 상환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야 말로 지금의 상황을 자신에게 보다 유리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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