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지휘자가 오래 사는 이유는 우선 지휘 자체가 많은 운동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몇 시간씩의 연습과정에 몸은 물론 정신까지 집중하며 지휘를 하는 것이 어느 운동보다 운동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냥 두 시간 정도 지휘단 위에 서있으라고 하면 못 서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연주 때는 두 시간이건 세 시간이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집중력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보는 것은 지휘에 의해 강렬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이끌어냄으로써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휘자가 오래 사는 것이 밝혀진다면 지휘를 전공하려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휘자인 필자가 조언하건대 지휘자가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으니, 오래 살기만을 위해서는 지휘자의 길을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과정일 수도 있고 많은 일과 스트레스도 따르는 직업이다.
그런 것에 착안하여 한때 일본에서는 CD를 틀어놓고 지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꽤 성업 중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가라오케를 만든 일본인들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지휘 공부하는 사람들은 나쁜 습관이 생기기 때문에 CD를 켜놓고 지휘하는 것은 절대금물이라는 것을 참고로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튼, 언젠가는 노래방처럼 지휘방 이라는 것이 골목마다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지휘자라고 특별히 오래 산다기 보다는 다른 분야보다 활동을 많은 나이까지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여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지휘자는 50세가 되어도 일반적으로 젊은 지휘자라고 생각하며, 정해진 것은 없지만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는 60세는 넘어야 어울리는 듯하다. 지금도 활동하는 지휘자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세이지 오자와, 주빈 메타 모두 75세가 넘어섰다. 얼마 전 위암을 이겨내 수척해지긴 했지만 베를린필하모니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정열적인 지휘 때문인지 78세라는 이야기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모든 음악가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나이가 들어도 지휘자는 악보와 싸우며 탐구하는 것은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정신적 자세를 죽는 날까지 가져야 한다. 또한, 많은 연주경험과 단원들과의 연습을 통해 느끼며 습득해야 하고, 넓은 음악세계를 추구해 나아갈 수 있는 범위가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세와 여건이 갖추어 진다면 경험이 많을수록 지휘자들은 원숙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번스타인, 첼리비타케, 게오르그 솔티 그리고 잘 알려진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 이들의 말년의 연주를 보면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었을 때 더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월트 디즈니의 '환타지아'와 영화 '오케스트라의 소녀'에 출연한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콥스키는 100세 넘어 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었지만 최후까지 지휘를 하고 1977년 만 96세에 세상을 떠났다.
지휘자가 오래 사는 이유는 운동량이 많아서 라기 보다는 끝없이 추구하는 음악의 세계가 그들의 생명을 끈질기게 붙잡는 것으로 나는 생각된다. 어떤 직업이든 자신의 일에 예술의 세계를 탐구하듯 깨끗하고 맑게, 그리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각자의 삶을 잘 설계하고 살면서, 더불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산다면 더더욱 우리 모두 오래오래 그리고 맑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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