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원의 등록금 실태 감사 결과는 '역시나'였다. 실제 비용보다 늘려 잡은 지출계획 때문에 발생한 예·결산 차액이 대학마다 매년 평균 187억원에 이른다. 이걸 학생수로 나눈 게 등록금이다. 이렇게 받은 등록금의 상당부분은 미래 투자를 위한 적립금이란 명목으로 쌓아놓고, 또 법인이 부담해야 할 경비에 펑펑 써댔다. 기부금 등 교비로 들어와야 할 수입은 다른 곳에 쓰이고 법인과 산학협력단이 부담해야 할 경비는 교비에서 쓰는 식이다. 학부모들은 허리가 휘는데 대학들은 멋대로 재정을 운영하고 회계처리를 해온 것이다.
비리도 드러났다. 감사 대상 대학의 절반에 가까운 50개 대학에서 교비를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사장 총장 교수 직원 등 위 아래를 가리지 않는다. 모 대학 이사장 일가는 3개 학교법인을 운영하면서 교비 100억원을 횡령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밤낮없이 고단한 아르바이트로 벌어서 낸 등록금이 이사장 땅 늘리는 데 쓰인 셈이다.
이미 드러났지만 전국 주요 사립대 100곳이 지난해 등록금 받아쓰고 남은 적립금만 8000억원이 넘는다. 빌린 학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이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런 현실을 눈으로 보면서 비싼 등록금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이다.
국민의 요구는 적립금도 좀 풀고 법정전입금도 제대로 내라는 것, 그리고 구조조정과 재정 투명화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등록금만 받아 거품을 없애라는 것이다. 감사에서 잘못된 등록금 책정 관행이 명확해진 이상 등록금은 마땅히 낮춰야 한다. 등록금으로 대학을 경영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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