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국가 보조금 횡령 적발

충남경찰, 25억 가로챈 유명 영농법인 대표 구속 허위공문서 전·현직 지역공무원 5명 불구속 입건

▲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정부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허위로 세금계산서 등을 발급해 줘 정부보조금을 상습적으로 빼돌린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모 영농법인 대표 B(68)씨를 구속했다. 경찰이 범행에 사용됐던 비밀통장을 공개하고 있다.김상구 기자 ttiger39@

충남 지역 전직 고위 공무원까지 연루의혹이 제기된 수십 억원대 대형 국가 보조금 횡령사건이 적발됐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하청업체와 짜고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보조금 25억 원을 가로챈 국내 유명 영농법인인 A농산물유통회사 대표 B(68)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거나 뇌물을 받은 모 지자체 전·현직 공무원 C(45)씨 등 5명을 포함해 A업체 및 그 하청업체 관계자 등 31명을 각각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수수,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 및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100억 원을 받아 GAP(우수농산물인증제도)설치사업 등을 하청업체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B씨 등은 하청업체 측에 허위 계약서를 작성토록 한 뒤 특정 보조금 예산을 전액 송금한 뒤 이 가운데 일부를 대포 통장으로 돌려받은 수법으로 보조금을 가로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2006년 4월 논산시 광석면에 자부담, 보조금 각 50%씩인 2억 7000만 원 상당의 저온창고를 건설하면서 이같은 수법으로 1억3500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B씨 등은 또 지난해 법인 회계 결산에서 허위 매출을 잡아 분식회계를 통해 4억5000만원 상당의 주식 배당금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C씨 등 공무원들은 A업체가 진행하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거나 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전직 고위 공무원 D씨에게 수천만 원의 현금을 직접 줬다”는 B씨 진술이 확보되면서 경찰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개인적 사정으로 조사를 받지 못한 D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뒤 추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양철민 충남청 광역수사대장은 “B씨 등은 횡령한 금액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주식지분을 늘리고 분식 처리한 재무제표로 높은 등급의 신용평가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영세농민이나 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사건은 그들에게 소외감과 피해를 가져다 준 셈”이라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