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여야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정치불신 해소와 등 돌린 민심을 잡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2040세대는 거리에 나서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주택난, 물가, 6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육아문제 등 출구 없는 미래에 대한 조용한 분노를 표로 말했다. 조용하지만 무서운 분노를 여당을 포함한 기성정치권을 향해 터트린 것이다.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통계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 20대는 취업, 30대는 보육, 40대는 퇴직과 노후문제 등 이들 세대를 어렵게 하는 변수가 도처에 널려 있다. 20대의 90%가 백수라는 '이구백', 인턴만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메뚜기 인턴'등의 자조적 신조어는 20대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그들의 부모세대인 50대 어머니들이 생계를 위해 식당, 마트 등 단순노동하는 임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처분 소득기준으로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6배나 많다.
소득뿐만 아니다. 자산의 양극화, 교육의 양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소위 일류대학 신입생의 부모 직업에서 전문직종 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1차 산업 등 단순 노동직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상위소득가구와 하위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11배 이상 차이 난다는 통계도 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사회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불균형 발전도 기업 간 갈등을 유발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얼마 전 '1%에 맞서는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서울을 점령하라'는 시위가 큰 호응 없이 끝나긴 했지만 양극화의 불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터져 나올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표방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를 말하면서 사회 공동체나 유대감이라는 표현을 썼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공정사회라고 본다. 진정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양극화 해소를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아야 한다. 일자리, 교육격차, 주거불안 등의 문제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담이 줄며, 교육비 또한 저렴해 저소득층도 계층상승의 기회를 보장해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이루어질 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문제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가진 여당은 어정쩡한 자세로 국민의 여망을 대변하지 못했다. 야당 역시 투쟁을 위한 투쟁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기성 정치권이 파격적인 변화와 재탄생을 하지 않으면 민심의 강물에 휩쓸려갈 것이다. 1% 기득권을 옹호하기보다 99% 국민들의 고단하고 막힌 곳을 뚫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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