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주 부여군농민회 정책실장 |
그러나 내버려두라는 정책의 실상은 그저 방임만 한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농산물 개방논의가 본격화된 1990년대부터 지난 20년간 농촌인구는 7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었으며, 농민소득은 도시민의 95%수준에서 65%수준으로 떨어졌고, 농업의 붕괴와 더불어 국내 식량자급률은 45%에서 24%로 떨어졌다.
정부는 FTA에 대한 농수축산 피해대책을 마련해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역 농촌복지 전문가들의 체감정도는 이와 사뭇 다르다. 현행과 같은 복지전달체계와 선투입 방식으로 피해 구제액을 1조원 증가시키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구조조정 정책은 농촌의 탈농·이농·고령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향이 아니라 농촌의 현실 고착 혹은 악화를 전제로 하며 농촌회생에 대한 전망을 그리지 않고 있다.
농업은 산업화ㆍ도시화된 한국사회 성장에 기여해온 공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과로부터 소외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현행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정규직ㆍ도시 근로자 중심이며, 공공부조제도는 논ㆍ밭 등 재산소유의 문제와 관련해 실소득이 반영되지 않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군소재지 중심으로 농촌주민들의 생활권과 괴리가 있다.
이는 국가정책 전반에서 농업을 소외시킨데 따른 것으로 농업문제의 인식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필요로 한다. 최근 민주·진보진영의 무상복지 논의가 민주노동당의 3무(급식, 의료, 교육), 민주당의 3+3(급식, 보육, 의료, 반값등록금, 일자리, 주거)등으로 제안되고 광범위한 설득력을 얻으면서 무상복지정책 시리즈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무상복지 정책의 적용 역시 농업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의 무상복지 논의가 농촌에서 또 다른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농촌복지가 왜 실패했는가, 농촌복지를 어떻게 특화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압축될 수 있다.
먼저 농촌복지는 시혜적 복지, 시설설비, 재정지원, 행정권 중심의 관점을 탈피해야 한다. 농촌복지란 농촌주민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개념이며, 농촌문제의 사후 해결뿐 아니라 예방을 목표로 하여 농촌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달성할 수 있는 당사자성의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 농촌복지의 목표는 농촌자활을 기본 축으로 하며, 복지정책의 보조, 일자리 창출이 결합되어 농촌에서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환경창출에 근간을 두어야 한다.
농촌복지의 방향은 첫째, 농업·농민·농촌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며, 둘째, 국민 생활보장 최저선 개념이 농촌지역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하도록 적용되어야 하고, 셋째, 주민참여와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009년 통계발표에 따르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 인구가 84만 명이며,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 인구가 91만 명으로 귀농인구가 이농인구를 추월하고 있다. 또한 해외 이주 결혼 여성 증가,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증가로 농촌주민의 구성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바우처제도,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중에서 농촌현실과 합치되지 않는 교육, 보육, 여성, 노인, 의료 부문을 중점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농촌회생을 목표로 농촌의 자활, 농업의 사회적 가치, 농민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농촌복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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