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해명은 이렇다. 지난달 18일 염홍철 시장이 기획재정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자기부상열차로는 예비타당성(예타) 통과가 어렵다”는 의견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모노레일로 변경해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는 자기부상열차가 소음과 진동이 적고 미래 교통수단으로 과학도시 이미지와 어울린다고 홍보해왔다. 더욱이 국토해양부가 권고한 R&D 사업임을 큰 장점으로 강조해왔다. 그런 자기부상열차가 단 이틀 만에 헌신짝처럼 버려진 것이다. 정부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최소한의 상황 파악도 못한 관계자들의 무능이 빚은 결과다.
그래놓고도 변경 사실조차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도시철도 2호선은 노선과 시스템 선정 과정에서 지역 간 또 시와 시민사회단체 간에 논란이 계속돼왔다.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반대여론이 겁이 나 알리지 않은 것인가. 변경 사실을 열흘 이상 숨긴 데다 예타 선정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마치 자기부상열차가 검토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려 한 것은 그냥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시민 합의를 위해 만든 민관정 협의체는 요식절차로 삼겠다는 것인가. 이러니 불신을 사는 것이다.
염 시장이 하루빨리 국비를 확보해 2호선을 시작하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시민 다수가 원하는 사업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1호선에서 보았듯 운행만 해도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적지 않다. 유성과 대덕구민은 별로 이용하지도 못하는 도시철도를 위해 평생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도시철도와 관련한 것에 대해선 사소한 것이라도 시민들에게 상세히 공개해 이해를 구해야 옳지 않은가.
2년 6개월 연구용역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정된 차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꼴은 착잡하다. 시민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 일도 필요에 따라 대전시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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