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
그런데 전 세계 120만 로타리 회원의 수장인 칼리얀 배너지 국제로타리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3일간의 기간 중에 그 분의 수행비서인 '에이드'를 맡으라는 명령이 나에게 떨어진 것이다. 로타리 회원으로서 지구 총재를 역임하는 것도 명예롭지만 국제로타리 회장의 에이드가 되는 것도 큰 명예로 인정되고 있다.
금산로타리클럽과 금산미향클럽에서 많은 회원들이 밤잠 안 자고 함께 해준 덕에 무사히 3일간의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대단히 보람된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에 행복한 마음이다.
칼리얀 배너지 회장은 뼛속까지 로타리안이었다. 한국을 방문하면 로타리 회원들과 로타리에 대한 얘기만 하고 싶다는 것이 그 분의 주문이었다. 인도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말씀 중에 사유의 깊이가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영문학 교수인 아내에게 직업을 묻기에 '솔 벨로로 학위를 받았다'고 하자 당신도 허조그를 읽어 보았다고 해서 아내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상당히 수준 높은, 아무나 접하기 힘든 책이라고 했다.
인도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화학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라는 자신의 직업을 로타리에 접목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배너지 회장은 '우리가 실천하는 봉사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자주 했다.
전 세계에서 120여만명의 로타리안들이 기부하는 기부금은 1년에 약 2억 달러다. 국제로타리는 이 돈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로타리의 목적을 실천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봉사도 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전문가를 키우기도 한다. 인간이 없앤 최초의 전염병인 천연두에 이어 소아마비도 이 세상에서 박멸하자는 운동을 펼치면서 8억 달러의 기금과 수많은 로타리안들의 피와 땀이 투입되었다. 그 결실을 맺을 마지막 성공을 위해 또 다시 8억 달러의 기금을 준비해 놓고 있다.
배너지 회장의 방식대로 국제로타리의 봉사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보자. 전 세계 3만5000개 로타리클럽이 1년에 1만 달러의 봉사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3억5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 그것도 1년에. 이것을 기업 매출의 개념과 연결시킨다면 로타리의 가치는 적어도 10억 달러 이상이다. 지난 100여 년간의 공적과 연계한다면 내 생각에는 적어도 100억 달러 이상도 될 것 같다.
내가 가진 따뜻한 마음의 가치를 재는 척도를 갖자고 하는 말은 잘못 들으면 너무 계산적이고 비인간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배너지 회장의 주장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돈으로 주고받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나의 봉사가 갖는 가치를 계량적으로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내가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움을 주었는데 그 도움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도움을 준 사람은 더 큰 도움을 주기 위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의 가치를 계량할 수 있다면 효율적인 것일까? 아니면 인간성의 퇴보에 다름 아닌 것일까? 칼은 잘 사용하면 이기(利器)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되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봉사란 것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기'로 사용할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마음의 가치를 재는 것은 긍정적 의미가 더 클 것이다.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참 많지만 그래도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들 덕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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