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오디션'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치열한 무한경쟁 현실 반영… 다양한 TV프로 인기몰이 채용시장까지 빠르게 확산, '약육강식' 조장 우려도

  • 승인 2011-11-01 18:12
  • 신문게재 2011-11-02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 돋보기 - 지금은 서바이벌 시대]

“60초 뒤에 합격자냐, 탈락자냐가 가려질 예정입니다.”

한 케이블방송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디션 형태의 노래경연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취업준비생 김시준(31)씨는 합격과 탈락을 가르는 순간이 짜릿하기만 하다. 눈물겨운 사연과 함께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해온 경연자들이 자신의 처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현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연보다도 냉혹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는 방송이 끝나자마자 취업 전선으로 되돌아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신이 안쓰러울 뿐이다.

▲ 선양린앙상블의 신입단원을 뽑는 '선양린스타 오디션'이 지난 9월 9일 열려 지역민들이 참가해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중도일보 DB]
▲ 선양린앙상블의 신입단원을 뽑는 '선양린스타 오디션'이 지난 9월 9일 열려 지역민들이 참가해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중도일보 DB]
오디션 프로그램 등 서바이벌 방식의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인기몰이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한 전국민적인 열기가 뜨겁다.

각종 방송사 및 케이블TV 방송국 등에서는 노래를 비롯해 연기, 퀴즈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형태를 접목해 참가자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경연에서의 합격을 위한 참가자들의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 같은 서바이벌 식 프로그램은 수억원의 경품과 미래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통해 참가자들의 보상심리를 자극한다.

지역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케이블채널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경쾌하고 흥겨운 하모니카 앙상블 공연을 펼친 청소년들도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관저고 3학년 박효경양 등 7명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이 팀은 해당 프로그램 경연의 결선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청소년들도 자신의 소질을 키워낸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했다.

서바이벌 식 경연에 나서는 이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목표에 도전해 달성해 내는 희열을 느끼는 데서 만족감을 찾고 있다.

이 같은 경쟁 열기는 최근 채용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 글로벌 최고 재능대회'를 통해 2만 달러라는 상금까지 내걸며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롯데쇼핑 역시 한 방송사와 함께 채용 방송을 기획, 이미 접수를 마친 취업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도 선양린앙상블의 신입단원을 뽑는 '선양린스타 오디션'이 지난 9월 9일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참신한 지역 인재를 발굴하는 이 오디션에서는 수상을 위한 치열한 경쟁전이 펼쳐졌다.

기존의 서류 및 실무테스트, 면접 형태의 채용기준이 오디션 등 치열한 각축전을 통한 방법으로 전환되는 등 취업 생태계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이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지만 무한경쟁이 난무한 치열한 사회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한 시각도 낳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의 흥행에서 비롯돼 사회적으로 '최고의 1인'에 대한 막대한 보상을 내건 방식 자체가 그렇지 않아도 1등 중심사회로 치닫는 현대사회를 반증하고 있다는 우려다. 상대방을 이겨야 자신이 올라설 수 있는 약육강식 경쟁이 매체를 통해 각 분야에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에 있는 한 중견기업 임원은 “경쟁을 통해 역량 있는 인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사회 전체를 무조건 싸워서 이겨야 하는 레드오션 시장에 적응하도록 내모는 점은 창의적인 사회 구축에는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고 자평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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