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고유의 풍습과 설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춤이 있다. 이 춤들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 풍습에서 유래한 의상과 춤, 음악을 바탕으로 이를 통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현재는 지역을 넘어 전국 유수의 무용단이 즐겨 추는 춤이지만, 대전을 상징하는 춤은 전무한 실정이다.
▲ 수제천 |
아름다운 발자취를 이어가는 대전시립무용단이 대전춤축제 시리즈 1 '다섯 그리고 하나'를 오는 4일과 5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예부터 전해오는 우리 고장의 풍습과 설화, 인물과 환경의 풍광을 소재로 대전의 뿌리부터 미래까지를 고증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아름다운 몸짓 예술로 승화시켰다.
더욱이 이 무대는 지난 7월 취임한 정은혜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안무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 예술감독은 “대전시립무용단이 연간 40~50여 회의 공연을 통해 선보인 소품 고정 레퍼토리 프로그램은 타지역의 전통춤으로 대전을 상징한 춤은 전무했다”며 “대전을 소재로 한 지역의 새로운 춤을 발굴, 개발해 대전을 알리는 고유한 문화콘텐츠로 대전시립무용단의 문화정체성을 세우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고 작품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대전시와 대전 5개를 상징하는 소재를 갖고 총 6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 화관무 |
한 뿌리에서 나옴을 상징하는 족보와 한 뿌리에서 나온 성씨의 아름다운 번성과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겨레의 뿌리인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조상에 대한 엄숙한 제사와 애도가 아니라 조상과 후손의 소통, 뿌리를 찾는 후손들의 희망을 표현한다.
이어 선보일 두 번째 춤은 대전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유성구 추목동 수운교천단내에서 전해오는 '종교의 춤- 바라춤'이다. 악귀를 물리쳐서 도량을 청정히 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뜻으로 움직임이 들뜨지 않는 이 춤은 바라의 내림계나 몰아때기의 리듬 속에서 시각적 효과와 공간구성의 형식이 매우 독특한 형태로 구성됐다.
다음은 동구의 박팽년사당을 소재로 한 박팽년 지조와 충혼을 춤으로 형상화한 '남자의 춤-취금헌무'다.
사육신 박팽년의 지조와 절개를 순천박씨 일가를 지킨 여인들의 한과 인고의 세월 속에 녹아들게 했다. 박팽년이 사랑했다는 거문고 선율에 맞춰 선비의 기개가 들썩인다.
▲ 취금헌무 |
다섯 번째로는 대덕구에 위치하고 있는 대전의 문학가이며 여류시인으로 신사임당 등과 어깨를 겨루는 조선조 3대 여류문학가 중 하나인 김호연재를 소재로 한 '여자의 춤-동춘당의 봄'을 선보인다.
응축, 수렴하고 팽창, 발산하는 음양의 이치로 풀어낸 우리 춤의 참된 숨결이 호연재의 면모와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보일 작품은 서구 시청사를 소재로 한 대전의 태평과 번영을 노래하는 '평화와 축제의 춤-화관무'이다.
이 춤은 무용가 김백봉이 만들었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2000여 명의 군무진이 함께 추는 장관을 이뤄내며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시 김백봉과 함께 화관무를 췄던 정 예술감독은 당시의 생생한 감동을 무대 위에 그대로 재현한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생생한 현장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대전연정국악관현악단이 임진옥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실연한다.
춤과 음악, 영상, 무대장치, 연출 등 여러 가지 분야가 함께 어우러져 새롭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5시. ☎042(610)2282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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