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을 보면 학생과 교사간의 폭력문제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선생님 놀리기 동영상이 유포되는 등 교사들의 교권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지 오래, 학부모와 교사간의 불신감도 그만큼 증폭되고 있다.
이는 학부모와 교사간의 소통 부재와 교사들이 학생의 생활환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때문에 충남도교육청은 올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의 신뢰 구축과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가정방문을 적극 권장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들은 방문이 예정된 학생들과 함께 집으로 향한다. 선생님과 학생이 나란히 집에 가는 길. |
미국 등지의 선진국에서는 전담의 방문교사(visiting teacher)를 두어 학생 교육에 힘쓰는 한편 학부모와의 소통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가정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학생 생활지도에 큰 효과를 본 학교가 있다.
서산시의 서산초등학교(교장 최기홍)는 1학기 초인 3월 가정방문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고, 2학기에도 10월 마지막 주를 가정방문주간으로 정해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가정방문을 온다니 부담스럽다는 학부모의 글이 올라오고,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케케묵은 방식을 왜 굳이 시행해야 하는가 등 부정적인 의견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결국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져 의견이 분분했지만, 가정형편을 솔직하게 교사에게 알려주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의논하도록 학부모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학생 교육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려 가정방문 추진이 결정됐다.
▲가정방문 실시율 전체 학생의 67%, 관심대상 학생에 중점적으로 방문
학교 측은 가정을 방문하기에 앞서 충분한 홍보를 통해 각 가정에 취지를 알리고, 가정통신문을 배부해 학부모들이 원하는 상담 요일과 시간을 조사했다.
또한 식사나 다과 등의 접대를 일체 금지하고 다자녀일 경우 각 담임교사가 동시에 방문해 학부모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
가정방문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꾸준히 홍보한 결과 많은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어냈으며, 전체의 67%에 해당하는 학생의 가정을 방문해 면담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의 가정생활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맞벌이 때문에 부모가 집에 없는 경우에도 학생과 둘이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관심학생을 중점 대상으로 삼아 저소득층 자녀 45건, 학교 부적응 학생 17건, 결손가정 학생 25건 등 총 87건의 관심학생 가정방문이 실시됐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들은 방문이 예정된 학생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학원을 가는 학생은 끝나는 시간에 학원으로 가서 학생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자기 집으로 가는 그 시간을 무척 즐거워했다.
교실에서 말 못한 자신의 속내를 조심스레 이야기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힘들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 가정방문 학생 소감. |
한 4학년 담임교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평소 걸어서 학교에 다닌다는 말에 함께 나선 ○○이의 하굣길. 큰 길을 건너고 골목을 지나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 30분 만에 ○○이의 반지하 집에 도착했다. 추운 날씨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이 축축해졌다. 아침마다 이 길을 따라 등교하면서도 그동안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던 ○○이 가 대견했고, ○○이보다 늦게 학교에 오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가정방문을 다녀온 후 교사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했다.
3월, 손이 얼 정도로 추울 때 난방도 안 되고 온수도 안 나오는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의지하며 사는 것을 보고 각종 지원 사업에 우선 신청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교실에서 너무 말도 안 듣고 말썽을 피워 선입견을 갖고 있던 아이였는데 집에 가보니 동생도 혼자 잘 돌보고 맞벌이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이것저것 집안일도 도우는 것을 보고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더불어 다른 학생들에 대한 시선도 선입견을 배제한 따스한 눈길로 깊이 알기위해 노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가정방문으로 교사들이 얻은 것은 많았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5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 문제로 선생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선생님이 시간이 나실지 싶어 학교로 직접 찾아뵙기가 어려웠는데 가정방문을 기회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집안 사정을 숨길 일도 없고 일단 내 집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 한결 마음이 편하고 진솔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도 함께 집에 가는 선생님을 반겼다.
6학년 한 학생은 “선생님이 내가 다니는 학원에 오셔서 같이 우리 집으로 갔다. 엄마가 맞벌이를 하셔서 함께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선생님께 내 방도 보여드리고 내 관심사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자상하게 들어주시고 이야기해주셔서 좋았다”고 일기에 남기기도 했다.
▲ 정기적인 가정방문과 사후 대책 마련
가정방문을 나섰던 교사들은 상담일지를 꼼꼼히 기록해 보관하고 있다.
추후 상담일지에 기록된 내용들을 토대로 학습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지역아동센터 및 대학생 멘토링 등과 연계한 맞춤형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펼칠 계획이다.
또한 계속적인 방문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선별하여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학생들의 가정생활을 돌봐주고, 맞벌이하는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방치돼 게임중독 등에 빠질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 마련,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육복지사업과 연계해 각종 장학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일을 찾게 되었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마치 둘만의 비밀을 가진 친구처럼 의미 있는 눈빛을 교환하고 마주보며 웃는 날이 많아졌다.
요즘처럼 학부모와의 대화도 문자나 이메일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가정방문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제공=서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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