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과 다른 인간의 특성은 이제까지 연장의 사용, 언어의 사용, 불의 사용, 서서 걷기와 폭력성까지도 이야기 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무엇보다도 불의 사용을 꼽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불을 활용하여 음식을 조리하거나 밤에 불을 밝혀 활동시간을 늘리거나 다른 짐승의 위협으로부터 피하고 추위를 극복하여 문명을 일궈왔다.
우리 겨레도 선사시대부터 불을 활용하여 왔다. 불을 얻는데 필요한 불씨를 보존하기 위하여 갖가지 방법들이 쓰이고, 연장을 고안하고 발명하여 왔다. 지금까지는 우리 선조들이 불씨를 보존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화로에 불씨를 담아 보존하거나 부시와 부싯돌, 부싯깃 등을 활용하였던 사례와 유물들만 알려져 있었다. 가솔린이나 가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단순히 성냥을 써왔는데, 이 성냥은 외국에서 들어와 쓰기 시작했다는 막연한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국외소재 한국문화재를 조사하던 가운데 독일 라이프치히의 그라시민속박물관에서 조선시대에 활동했던 홍만선(1643~1715)의 『산림경제』와 성호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에 기록으로는 남아 있지만 실물을 찾아 볼 수 없었던 성냥인 인광노(引光奴)를 찾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이 성냥은 자작나무를 1㎝ 정도 폭으로 얇게 켜서 한쪽 끝을 긴삼각 모습으로 뾰족하게 다듬은 뒤 그 끝에 유황을 발라서 만든 것이라 한다. 이 부분을 부싯돌로 쳐서 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연구가 진행되면 그 사용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성냥의 어원은 '언해태산집요(1608)'에 보이는 석류황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써오던 서양식 성냥은 1880년 일본을 통해 들어와 1910년 인천의 성냥공장에서 만들어 쓰던 것이었다. 이 성냥들은 1827년 영국에서 발명하여 계속 성분 개량을 통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하여튼 우리 기록에 보이는 조선시대 성냥 인광노의 실물이 찾아져서 우리 겨레의 발화연장 고안 및 활용 슬기의 역사가 풍부해지게 되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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