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숙 조치원고 교사 |
to do),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이 그것이다. 유네스코 21세기 세계교육위원회가 보고서로 집필했다는 네 기둥이론은 교사들에게도 잔잔한 메시지를 주는 지침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하다. 특히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학습'은 공존의 삶을 강조하는 공동체의식과 소통과 배려, 공감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스마트사회는 융합적 창의성과 공동체적 인성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학교는 SNS 매체와 네트워크 도구의 확장으로 바깥세상과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예의바른 무관심'이라 표현되는 냉소적인 학교문화가 창출되고 있다. 이 모두가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공동체의식의 결핍과 인성의 부재 때문이므로 학교교육은 이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학습'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나는 이 모든 무거움을 지난 한 해 함께 한 '나눔드리' 학생들과의 추억으로 위로받고자 한다.
나눔드리는 돌봄과 배려를 실천하는 사랑나눔 봉사동아리다. 지난해 열 두명의 학생들과 연기군 조치원의 작은 마을인 금사리 마을회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수차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금사리에는 4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가장 '젊은 색시'다. 집집마다 젊은 사람은 모두 도시로 나가고 시골에 남은 가족이라면 할머니 한 분, 할아버지 한 분 등 대부분 독거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봉사활동 가기로 예정된 날은 동네 잔칫날이다. 학생과 함께 실천하는 체험학습으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나는 늘 활동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까지 하는 꼼꼼한 교사다. 하지만 막상 동네에 도착하면 나의 작은 책무감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어른과 학생모두가 일심동체로 프로그램이 필요 없는 자기주도적 학습현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함께 밥해먹고 청소하고 손자, 손녀 자랑 들어드리고 있자면 어느 새 노인회관의 큰 방은 자리에 누운 어른들과 이미 팔베개 한 손녀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우린 작년 겨울, 마을회관 장독대에 마지막 김치를 묻으며 나는 새 학교로, 나눔드리 학생들은 고3 교실로 서로 동아리의 문을 닫게 되었다.
재숙이는 나눔드리 동아리 회장이었다. 요즘 보기 드물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장녀다. 재숙이의 아이디어로 작년 여름방학에는 대전노인병원을 방문했다. 사회복지사의 안내로 노인병원에 입원한 어른들의 정신적·정서적 빈곤에 대한 주의를 듣고 배정된 병실에서 노인들 병수발과 말벗을 해드렸다. 봉사활동을 마친 그 날 간담회 시간에 재숙이는 많이 울었다.
“인생은 기다림이에요.”
병원에 계신 모든 어른들이 가족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것이다. 병원에 처음 입원할 때는 자주 올 것처럼 말하던 자식들이 한 두 번의 방문이후 정해진 불문율처럼 부모를 잊더라는 것이다. '부모를 잊는 것인지, 부모를 잃는 것인지, 인생을 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재숙이는 2010년 '바른 품성 5운동 문화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했다. 글제가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날'로 기억한다. 1년간 나눔드리 활동에서 체득한 노인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간절한 기다림에 대해 썼다는 재숙이의 글은 18세의 나이에 인생의 종착점과 소통한 글이어서 장원을 수상한 것이리라.
듀이는 '교육은 행함으로써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이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진정한 성장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임을 나는 소중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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