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에게 고혈압과 당뇨는 가벼운 질병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동네의원을 믿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다면 대학병원을 가는게 안심이 된다”며 “대학병원에서는 2개월분씩 약을 주는데 동네의원은 1~2주일 단위로 약을 주니 시간도 없고 비용도 별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례2=대전에서 20여년간 내과의원을 운영해온 박모 원장은 아직까지 정부 정책에 대한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루 수십여명씩 고혈압과 당뇨 환자를 보고 있지만, 대학병원에서 옮겨왔다는 환자는 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대학병원이 약을 2~3개월 분씩 처방해주는 만큼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동네병원에 환자가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 부터 정부가 대형병원을 찾는 감기 등 경증환자에 대한 약값을 인상했지만 환자들의 이동은 미미하다.
일부 대학병원들이 고혈압 등 특정 질환 환자들의 숫자가 10% 남짓 감소했지만 일부 종합병원은 오히려 환자가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감기, 결막염 등 가벼운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을 이용하면 본인이 부담하는 약값을 인상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약값 본인부담률이 기존 30%에서 50%로, 종합병원을 이용하면 30%에서 40%로 인상했다. 동네의원과 일반병원은 지금과 같은 수준(30%)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31일 대전지역 종합병원들에 따르면 충남대학교 병원은 고혈압 외래 환자가 지난 9월 3321명에서 10월에는 2933명으로 10%가량 줄었다.
을지대병원도 9월 2000여명에서 10월에는 1800여명으로 10% 감소했다.
건양대병원은 3285명에서 3176명으로, 선병원은 638명에서 567명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은 704명에서 809명으로 오히려 10%가량 환자가 다소 늘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 진료 필요성이 낮은 환자의 본인부담을 높여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해 대형병원이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본인부담률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큰 이탈은 없는 것 같다”며 “대부분이 복합진료 환자여서 대학병원을 다니다가 동네의원으로 옮겨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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