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용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연구본부 산업바이오화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유럽 제지공업연합회(CEPI)는 일찍이 폐지 재활용률의 이론적인 최대치로 81%를 제시하며, 수거가 불가능하거나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종이가 전체 종이 사용량의 19% 정도에 달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아울러 2009년에 CEPI가 제출한 보고에 따르면 실제 달성 가능한 최대 폐지 재활용률은 75% 미만으로서 수거된 폐지 중에는 다시 종이로 재활용하기보다 연료나 기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나을 만큼 오염되거나 재생처리에 부적합한 폐지가 많으며 그 비율이 전체 종이 사용량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선진국은 72~74%의 폐지 재활용률을 달성 가능한 최대치로 보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폐지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오염, 분류미비 등의 이유로 폐지의 품질이 저하되기에 재활용 기술의 개선을 위해 많은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재생 골판지 원지를 제조하는 업체의 자체조사에 의하면 공급된 폐지의 무게로부터 30%이상을 감량해야 실제 종이원료로 사용된 재생 섬유량과 같아진다고 한다. 재활용 종이 생산업체에 공급된 폐지 중에는 일반 폐지와 달리 종이 원료로 활용할 수 없는 물에 풀리지 않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유리병, 우유팩 등의 각종 가정 폐기물 같은 다양한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폐지가 수거되어 재생지 제조업체에 공급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종이가 되지 못하는 이물이라면 재활용률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계산으로 실제 우리나라의 폐지 재활용률이 65% 미만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재생지 제조현황 사례를 살펴보면 재생수율이 90% 이상으로서 70% 미만인 우리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이는 선진국들의 경우 수거한 폐지에 포함된 이물질 함량이 낮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순히 수율이 개선되는 것 이외에 재활용 경제성의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원료의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 폐지에 포함된 각종 이물질을 솎아내고 종이만을 분류하여 재활용한다면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의 경우 원료 운송량의 30%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폐지에 포함된 이물질이라는 것이 재생원료를 물에 풀어 정선하는 과정의 오염물로 배출되어 결국 소각처리를 통해 에너지가 되므로 일정량 폐지와 함께 처리되어도 별 문제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물에 젖은 이물질을 강제로 태워 얻는 열량보다 마른 상태의 이물질을 소각시킬 때 얻는 열량이 클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기에 되도록 이물질을 분리하여 폐지를 수거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폐지 재활용 업체, 특히 재생 골판지 제조업체들은 30%이상이 이물질이 포함된 저급의 재생원료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품질의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처럼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서 폐지를 분급, 재활용하기 위해 재생용품의 수거 시스템을 정비할 때가 되었다. 전 가구의 60% 이상이 밀집형태로 함께 사는 우리나라는 순환자원을 수거하고 재활용하기에 알맞은 주거문화를 갖고 있다. 분리수거를 위해 조금만 노력하면 보다 깨끗한 고품질의 환경 친화적인 재활용품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녹색성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다 체계적인 순환자원의 분급기준 마련과 분리수거 시스템 정비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쓰고 버린 종이'라는 뜻의 '폐지(廢紙)'라는 표현을 '폐지(廢止)'함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구상에 버리는 종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와 그렇지 못한 종이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폐지'대신 '헌종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한다면 쓰레기가 아닌 순환자원으로서 쓰고 난 종이를 소중히 값지게 재활용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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