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주 자료조사팀 차장 |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8년 동안 부대통령을 해온 베테랑 정치인 닉슨을 상대하기엔 케네디가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TV 토론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예상이 빗나갔다. 구릿빛 피부에 검정색 수트와 파란색 셔츠를 입고 나타난 '젊고 건강한' 케네디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청자와 눈을 맞추기라도 하려는 듯 TV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보인 자신감 있는 제스처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에 손색 없었다. 반면 피곤하고 초췌해 보이는 닉슨은 그의 화려한 이력을 무색하게 했다. 이 TV 토론은 당시 미국 전체인구의 3분의 1인 7000만 명가량이 시청했다. 초반 열세를 보였던 케네디는 이 토론을 통해 닉슨을 2.2% 차로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미국 역사를 바꾼 것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는 인터넷보다 한층 전파력이 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대중성 있는 교수, 연예인, 작가들의 지원 아래 SNS가 정당 조직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가하면 팟캐스트를 통해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듣는 열혈 마니아층의 등장은 또 다른 새로운 미디어 정치문화를 말해주고 있다. 선거문화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반면 속도를 버거워 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경찰이 모바일 선거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쫓아만 가야하는 경찰의 발걸음이 안쓰러워 보인다.
케네디는 선거 후 “시대의 흐름을 바꾼 것은 무엇보다도 TV였다”고 말했다. 물론이다. 하지만 케네디가 그러한 변화를 읽지 못했다면 선거에서 역전이 가능했을까. 시대를 이끌기 위해선 시대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게 먼저다.
김은주·자료조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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