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성 한국한문교사대전연수원 교수 |
기업체에서도 신입 사원들이 한자를 모르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이제는 영어 못지않게 한자와 중국어의 필요성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한자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의 관계다.
한자를 배워야 하는 첫째 이유는 우리글의 70% 이상이 한자어(漢字語)라는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국어사전에서 '원수'에 대한 풀이가 5가지나 된다. 그 중 원수(元首:한 나라의 최고 통치권을 가진 사람)와 원수(怨讐:자기 또는 자기 집이나 나라에 해를 끼쳐 원한이 맺힌 사람)는 아주 다른 뜻으로 아이들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둘째로, 한자는 조상의 문화유산이 담긴 글자다. 우리의 고문헌과 문화재 등 각종 자료가 한자로 되어있기 때문에 한글만 배워서는 또 하나의 문맹을 만드는 꼴이다. 전문학자를 양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지금도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자가 부족해 애를 먹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셋째 이유는 현재 한국의 법학·공학 등 모든 전문 서적의 95% 가량이 한자어로 된 현실을 망각하고 있는 점이다. 진정 한글로만 모든 게 통한다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자에 약한 젊은이들이 오히려 뒤늦게 전공과목에서 한자 공부하느라고 애를 먹고 있다. 그래서 영어처럼 초등학교부터 한자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넷째로, 한자는 창의력과 이해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자는 수천 년 동안 검증과정을 거쳐 가치적 논리성이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학문하는 곳에서나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능률이 오르고 인정받게 된다. 한자공부는 사람의 우뇌활동을 도와 창의력이 향상되고, 아이들의 경우 지능지수도 오른다는 것이 많은 실험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다섯째로 중요한 이유는 한자교육이야말로 인성교육에 아주 적합하다는 점이다. 한자를 배우면 한자 속에 담겨있는 교육적 의미 때문에 인성교육 효과가 높다. 효(孝)자의 경우 노()와 자(子)로 이루어진 글자로 부모를 머리 위에 받들고 있다고 가르쳐야 이해가 빠르다. 한자를 배우게 되면 한자에 뿌리를 둔 우리말과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조직폭력배들이나 사용하던 경색된 욕설이 섞인 언어를 마구 내뱉고 있어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한자를 외국어로 생각하는 배타적인 사고가 '한글 전용'이라는 수박겉핥기 식의 어문정책을 초래해 긴 세월을 허송하고 보니 말과 글이 따로 노는 기현상을 초래해왔다. 애매모호한 말들이 외래어처럼 변해 말의 진의를 분간하기 어려워 의사소통에 지장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이 어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의사 표현과 전달이 불확실해 뚜렷한 논리를 전개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무수히 많이 나와 있는 개념어(槪念語)들을 그냥 한글로만 가르친다면 그것은 단순한 암기교육일 뿐이다. 한자를 잘 아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비교해 보면 한자를 아는 학생이 모든 교과목이 우수하다는 결과로 나타난다.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은 당연시하면서 한자교육은 안 된다는 생각이야말로 국제경쟁력을 위축시키는 한심한 일이다.
21세기는 다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명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세계는 이제 민족적인 개념보다 복합적인 다문화 시대로 변하고 있다. 다문화 시대에서 한류(韓流)가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한자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인만의 글자가 아닌 선조 때부터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우리 문화요 우리 글자로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중국 본토에서 간체자(簡體字)로 한자를 변용해 쓰는 마당에 한국에서 한자의 본자(本字)를 제대로 사용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한자교육을 시키자. 한자를 알면 세상이 보이고, 문자 강국으로 국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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