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단 5편을 만든 과작(寡作)의 이 감독은 '천국의 아이들'로 칸영화제 감독상, 전쟁명상록 '씬 레드라인'으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는 등 내놓는 영화마다 평단의 박수세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씬 레드라인' 이후 12년 만에 스크린에 오르는 그의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도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은 어렵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지적은 '트리 오브 라이프'엔 딱 어울린다.
어렵고 지루하다. 영화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텍사스의 소년 잭이 순결한 유년기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11살 소년 잭에게 엄마는 “삶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단다.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너는 어떤 걸 따를지 선택해야 한단다”하고 들려준다. 엄격한 폭군 아빠는 “언제나 강해야 한다. 사내답게 살아야 한다”고 으르렁댄다.
장성한 잭은 “아빠, 엄마. 당신들은 항상 내 속에서 싸우는 군요”하고 투덜댄다. 그렇게 영화는 한 남자의 성장기를 그린다.
영화 초반. 잭의 동생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멜릭은 돌연 이상하고도 장엄한 장면을 15분에 걸쳐 펼쳐낸다. 우주의 빅뱅, 지구의 탄생, 용암과 바람이 생겨나고 이름 모를 미생물에서 생명체들이 탄생하고 마침내 거대한 공룡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을 공들여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속의 영화, 이 '생명의 역사'는 아버지와 갈등하며, 오해와 아픔, 이해와 사랑, 이별의 과정을 겪는 소년 잭의 여정에 맞닿아있다. 이 '영상의 시인'은 잭의 작은 이야기가 우주의 거대한 순환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걸 그렇게 이미지로 그려낸다.
극단적인 로우 앵글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 배우들이 들려주는 대사들은 종종 신에게 올리는 기도 같다. 자연의 섭리가 곧 신의 은총임을 누누이 드러내는 감독은 '생명 나무'의 근원,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들려주려 한다.
그가 전하는 진리, 지나치기 쉬운 진리. 생명의 나무, 그 뿌리의 출발점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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