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체육팀장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없었다면 이집트 시민혁명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번 선거는 소셜네트워크(SNS)의 힘을 보여준 선거라는 평가라는데 이견이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나 4·27재보궐선거가 SNS의 등장과 시범무대였다면 이번 재보궐선거는 SNS 선거가 정착됐다는 느낌이다.
'SNS가 선거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와 4·27재보궐선거에서 물음표를 던졌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를 내릴만 하다.
비록 서울시장 선거에 국한될 수 있지만, 투표일인 26일 투표율이 저조하자 오후에는 투표를 독려하는 글들로 넘쳐났고 투표 종료 두 시간 전부터 8.7%(최종 48.6%)까지 치솟은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상시 기업체의 홍보수단쯤으로 여기던 사람들에게 아무리 SNS를 통해 투표를 독려한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가 없다면 투표율은 높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SNS가 위력을 발휘하는데에는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SNS가 이번 선거에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한데에는 선거관리위원회도 한 몫(?)했다.
연예인을 비롯한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들이 투표독려에 나서자 선관위는 지난 24일 “일반인이 특정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권유, 유도하는 내용이 아닌 단순한 투표참여 권유 행위는 가능하지만 투표참여를 권유,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것으로 의도되거나 인식될 수 있는 유명인이나 정당, 단체는 불가하다”는 기준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투표 독려에 나선 것에 대해 나름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유명인에 대한 기준. 누가 유명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유명인은 투표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선관위의 기준은 트워터들에 의해 리트윗되면서 코미디가 됐고 기발한 20대들은 투표인증 샷 놀이를 만들었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라는 선관위의 유명인 투표권유는 안된다는 애매한 지침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발을 샀다.
홍정욱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당관계자 또는 사회적 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투표독려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투표하라'는 안 되고 '투표했다'는 괜찮다? 투표율 높여야 할 주무기관이 제 정신인가?”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하며 불만을 표했다. 26일에는 투표인증 샷도 올렸다.
'투표에 참여하자'라는 다분히 상식적인 발언이 투표참여를 권장하고 독려해야하는 선관위에 규제당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상식이 규제당하자 결국 억눌린 표현은 풍자로 이어졌고 기발한 유권자들은 '투표인증 샷'이란 놀이를 만들었다.
트위터 이용자는 선관위 지침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꼬는 다양한 형태의 인증 샷을 올렸고, 이름이 알려진 일부 인물들은 인증 샷을 올리며 표류하는 상식에 도전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PD는 유명인의 애매함 때문인지 '유명인 투표독려 금지…. 참 애매한 기준인데. 개콘(개그콘서트)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 최효종씨가 깔끔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선관위에 의해 규제당한 상식은 놀이가 됐고 인기 개그 프로인 애정남은 개그 프로가 아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상식이 규제당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통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20대와 30대도 코미디같은 현실을 바뀌기 위해 투표에 참여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는 과거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한 세몰이나 얼굴을 맞대는 선거운동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며, 온라인을 통한 여론이 주류로 떠올라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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