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그러나 과연 이러한 목표가 가능할까? 통합 선진당을 바라보는 지역민들도 과연 그러한 심대표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재통합의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 2009년 8월 심 대표는 '변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는 정당'이라고 하면서 선진당을 탈당했다.
그 후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선진당으로 돌아올 정도로 선진당에 근본적 변화와 쇄신이 이루어진 것인가? 심 대표가 선진당을 탈당했을 때 상황과 현재 모습이 달라진 것이 없다. 내내 같은 사람이고, 같은 조직이다. 굳이 변한 것이 있다고 하면 이회창 전 대표가 이선으로 물러난 것뿐이다. 이번 통합에 대해 '도로 선진당'이라고 비아냥하는 것이 전혀 틀리지 않다. 회전문 인사로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낸 당직인선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참신한 인적 자원의 수혈이 없고 지역적 범위를 확장하지 못하는 '그 밥에 그 나물'식의 통합으로서는 새로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비록 통합의 명분이 없더라도 합당을 통해 현실 정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정치적 행위로서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합당을 하고 이인제 의원이 참여하더라도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하다. 전국적 지지도 면에서는 더욱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헤럴드 경제'의 조사에 따르면 자유선진당의 전국 지지도는 0.4%에 불과하고, '오마이뉴스'의 조사에도 1.9%에 그쳤다. 선진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민주노동당이 3~4%의 지지도를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국민적 관심을 끌고 치러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한 것이 선진당의 현실이다. 많은 갈등과 파열음을 남기고 통합을 이룩했지만 현실 정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통합 선진당의 진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통합 선진당의 정체성과 존재이유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서 선진당의 좌표는 애매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보다 더욱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것 외에 선진당이 제3의 정당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별조차 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오직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렇다면 선진당이 과연 지역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가?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정치상황을 주도하기에는 힘도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지역이익을 대변하고 우리나라 정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를 움직이는 세력 안에서 그들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의 선진당은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 부족을 지역을 볼모로 하여 지역감정에 읍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맹주라 자처하는 대전ㆍ충남의 국회의원들은 기존의 양당 구조에서 존재조차 미미하니 지역 정당을 통해 생존하고자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몸부림으로 보여 질 뿐이다. 작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대전·충남은 영원한 정치적 변방으로 남을 것이며, 국가적 차원의 자원배분에서 항상 소외될 뿐이다.
충청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통합 선진당이 출범했다. 그러나 이는 '그 밥에 그 나물'이고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한 정치적 이벤트일 뿐이다. 진정으로 지역의 이익을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고민한다면 전국 정당으로 그 외연을 넓혀야 한다. 아니면 기존의 거대 정당에 들어가 정치판을 혁신하고 새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옳은 길이고 정직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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