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규]서울시장 선거 학력논란과 명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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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서울시장 선거 학력논란과 명품사랑

[중도춘추]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1-10-27 14:13
  • 신문게재 2011-10-28 20면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서울시장이 마침내 결정됐다. 서울시민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 불필요한 촉각(?)을 세우게 한 것은 선거기간 내내 제기되었던 '학력시비'였다. 학력표기에 대한 문제제기는 도덕성 이유로 내세우지만 학력과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의식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한 의식은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사랑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외국 어느 브랜드의 명품가방 판매율은 몇 년 째 두 자리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재화의 가격이 비쌀수록 과시욕과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베블렌 효과'라고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자주 일어나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학력논란의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품의 명성은 애초에 우수한 '품질'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명품 핸드백의 명성은 좋은 품질의 가죽, 무두질 과정, 정교한 바느질 등에 있어 차별화된 품질을 얻기 위한 노력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로부터 탄생한다. 그런데 일단 명성을 획득한 명품은 실용적 가치 이상의 부가가치를 획득한다. 사람들이 명품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욕구가 그러한 가치를 발생시킨다. 이 욕구는 사회가 점점 매스미디어에 의해 선택받은 소수의 개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익명성의 거대한 흐름 속에 묻혀버리는 구조가 될수록 커지게 된다.

품질의 차이가 얼마만큼 가격의 차이로서 반영될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어리석은 소비자는 품질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표'에 가격을 지불한다.명품제조업자들은 이러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베블렌 효과'를 톡톡히 본다. 짝퉁제조자들도 재미를 본다. 품질이 아니라 가짜들이 붙여놓은 높은 가격자체를 통해 자신의 차별성을 보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대한 익명성의 바다에서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서 신용카드를 긁어서 명품을 구입한다.

사람을 명품으로 비교한다면 어떠할까?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노정에서 연성된 품성과 실력이 그 '품질'에 해당된다. 물론 한땀 한땀 장인의 피나는 정성의 결과로 태어난 명품의 품질을 짝퉁은 따라갈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기간 내내 벌인 학력논란은 명품의 가치를 품질보다는 단지 '상표'에 두는 우리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거기간 내내 보수와 진보라는 양분된 틀 속에서 두 후보자의 막연한 이미지만 떠오를 뿐 이들 공약 중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온통 학력이나 경력에 대한 논박이 인터넷과 신문 지면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의 제조과정에는 품질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애프터 서비스도 제공된다. 문제는 사람의 경우에 '대학명'이 품질을 반드시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생의 젊은 시기에 어디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은 분명 그 사람의 능력과 품성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학력이라는 것도 그 사람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 긴 인생의 여정 중에서 한 시기였을 뿐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과정은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 속에서 정책대결은 묻혀버리고 정치인의 상표명에 대한 과도한 집착증을 보여줬다. 현명한 소비자는 소위 '명품'의 불편한 진실을 안다. 명품을 통해 나타내려 하는 '내'가 바로 가짜라는 점이다. 명품이 나타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명품에 대한 구매력일 뿐이다. 애초부터 학력논란이 대단한 이슈인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되었던 이유다. 학력시비를 중심으로 벌어진 네거티브광고 속에서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은 매우 냉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 시장은 상품명이 아닌 품질로 '명품 서울'을 추구해나가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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