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전승혼을 이어가는 중구의 명인전'에서 서각부문으로 유일하게 선정된 정관 이형우(67)씨는 독학으로 서각을 공부했다.
서울의 영재출판사 대표를 지낸 이 씨는 국제대회에서 두 차례 입상했을 정도로 사진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글씨와 그림을 여러 가지 재료에 표현하는 서각의 매력에 빠져 서각가의 길로 들어섰다.
“서각에 대한 이론서도 없었으며 어떤 것이 우리나라 전통방식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각을 배우기 위해 유명 전시회를 쫓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분석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렇게 배운 솜씨로 지금은 전국적으로 꽤 유명한 서각가로 명성을 얻었다. 서각을 역사 없는 예술이라고 표현한 이씨는 “오랜 옛날부터 돌과 벽 등에 그림을 새겼던 것처럼 서각의 역사는 깊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지 않아 서각의 역사는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 이형우씨의 서각작품 '천부경' |
홀로 서각을 공부하다보니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서각도 비교공부했다는 이씨는 “중국은 음양각을 주로 사용하고 일본은 직각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5~20도로 양각한다”면서 “한국의 양각이 가장 아름답다”고 소개했다.
서각을 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게 구상이라는 이씨는 서각하는데 필요한 글의 뜻과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에게서 12년째 주역과 고전을 배우고 있다.
이번 명인전에 출품한 '천부경'과 '마음' 등의 작품도 오랫동안 주역을 공부한 데서 나온 것이다.
서각을 서양의 판화와 추상화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전통서각의 아름다움을 알리려면 서둘러 개인전을 열어야겠다는 이씨는 “서각 관련자료를 충분히 수집 분석해 서각하는 사람들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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