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사회는 혁신위 안건 3개를 통과시키기 위한 임시 이사회이나, 핵심은 사실상 서남표 총장에 대한 '재신임 이사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서 총장 거취 문제가 상정 안건은 아니나, 이사회가 KAIST 내홍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서 총장에게 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사진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사회를 개혁하자는 안건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국회와 KAIST 교수협, 혁신위 등은 이사회의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실질적으로는 총장이 이사를 선임하는 관행 때문에 총장을 견제하기 쉽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해왔고, 서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이를 수용했다.
이들은 대학평의회와 동문회, 이사회에서 각각 3분의 1씩 이사를 추천해 이사회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들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공식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우려해서다.
이사회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 선임절차가 바뀌면 현재 이사회가 갖고 있는 '배타적 영역'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 안건의 논의 중에 일부 이사들은 이의 제기 및 심의를 보류하자는 의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이사 선임절차 안건을 지난 8월 25일 이사회 때 처럼 논의를 보류하자는 의견이 나올 경우, 서 총장은 거취를 조만간 결정해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날 이사회는 전체 이사 16명 가운데 2명은 불참하고 나머지 1명은 당일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재적 이사의 3분의 2(11명)가 넘는 13~14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정부 당연직 이사인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담당관이 불참 혹은 통보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를두고 이사회 내부에 이상 기류가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일단 재적이사 11명 이상 참석이 확정됨에 따라 이사 선임절차 개선안 통과 배경은 만들어졌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개선안을 확정하기 위해선 KAIST 정관을 바꿔야 하는데 재적 이사의 3분의 2(11명)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나머지 대학평의회 구성, 명예박사 학위 수여기준 제정 등 2개 안건은 쟁점될 부분이 적어보인다.
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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