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개받은 김우길이라고 합니다. 언제 만날까요?”
얼마 전 친구로부터 여자 전화번호를 건네받은 김우길(31·회사원)씨는 카카오톡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다. 10여 분 뒤 해당 여성이 메시지를 수신한 것을 확인한 김씨는 대답을 기다렸다. 한참 뒤 여성은 메시지를 통해 “이번 주는 힘들고 다음 주 정도에 연락해달라”고 답문을 보내왔다. 김씨는 기약없는 일주일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게됐다.
#회사원 송시윤(29ㆍ여)씨는 최근 대학교 동문선배로부터 남자 소개를 받았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상태에서 카카오톡으로 해당 남성에게 메시지가 왔다. 데이트 신청이었다. 첫 인상이 '카~톡'하는 메시지 알림음과 겹치면서 왠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송씨는 전화를 직접 받을 요량으로 다음주에 다시 연락을 해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가 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상호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도 문자 형태의 메시지가 먼저다.
▲ 현대인들이 이모티콘 문자를 통해 간편하고 빠르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지만 갈수록 확산되는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
알려진 것처럼 2500만여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로 나누면 1인당 하루 24건의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셈이다. 1명이 한달에 720건의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만 보내는 상황.
문자는 음성과 달리, 다양한 알림 메시지로 전달돼 문자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의 경우, 음성통화요금의 부담으로 대부분의 대화를 문자로 대체한다. '소리없는 대화'는 다름아닌 문자인 것이다.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성장하면서도 대부분 문자에 익숙하고 오히려 문자가 친숙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천안에 살고 있는 초등 1학년 김다영(8ㆍ여)양의 경우, 현재 휴대전화는 없지만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아버지에게 문자를 습관적으로 보낸다.
김양은 “아빠가 일찍 나가시고 늦게 들어오셔서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일하고 계실 때는 전화하기도 어렵다”면서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적어보내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여기에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문자에 기분을 전달할 수 있도록 이모티콘이 이용되는 것은 벌써 옛날 얘기다.
하지만 생활속에서 문자 형태 위주의 소통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문자를 이용하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는 '문자의존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SNS 역시 짧은 문자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점을 착안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방송은 이같은 시청자들의 문자의존증을 의식한 나머지 자막으로 단순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제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했다.
문자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널리 전달할 수는 있지만 타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개인주의적인 사회상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체국 한 관계자는 “직접 쓰는 편지 역시 문자이긴 하지만 지금의 문자나 메시지와는 의미가 다르다”며 “간편함 때문에 직접 쓰는 편지는 이미 사양화되고 있으며 이메일에서 이제는 일상적인 내용은 문자로 전달돼 사람 냄새를 느끼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철 충남대 영문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문자는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하나의 보조수단일 뿐이지 완벽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자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서 중요한 얘기를 전하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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