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인류의 운명을 바꾼 '3가지 키워드'

[강신철]인류의 운명을 바꾼 '3가지 키워드'

환경의 차이가 문명의 차이 만들어… 서구중심 역사해석 지적도

  • 승인 2011-10-25 13:58
  • 신문게재 2011-10-26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총, 균, 쇠]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디스커버, 네이처, 내추럴 히스토리 등에 진화생물학과 인류학에 관해 많은 글을 기고하였다. 저서로는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 등이 있다. 이 책 총, 균, 쇠는 1998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 총, 균, 쇠
▲ 총, 균, 쇠
이 책은 지난 1만3000년간 지리적 조건이 전 세계인의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오늘날 세계에 존재하는 문명의 불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태지리학, 식물학, 동물학, 고고학, 역사학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밝히고자 했다. 저자는 그동안의 역사해석이 서구 문명 중심으로 인종적·민족적 우월의식 속에서 전개된 것에 대한 강력한 반론을 제기한다.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여러 민족들 사이에 생리학적 차이가 나는 것처럼 역사를 기술하거나, 여러 인종들 간에 인간의 기술적 차이에 따르는 지능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식량생산이 각 지역의 인구규모 및 사회적 복잡성의 주된 결정 요소이며 문명의 우월성을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인임을 여러 사례를 들어 증명한다. 어떤 특정 지역에 가축화할 수 있는 포유류 동물과 작물화할 수 있는 식물의 종이 다양해야 식량생산이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어야 수렵 유목생활에서 벗어나 한 곳에 정주하며 집단을 이루고 살 수 있다.

한 곳에 정착하여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인구밀도가 증가하고, 인구의 증가는 다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와 기술의 발달을 필요로 한다. 식량이 충분하고 인구가 많아지면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잉여인력이 발생하고, 이들 잉여인력은 기술이나 문화를 발전시키고 정치집단과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이런 잉여 인력들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언어가 생겨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 체계, 경찰력, 사법 제도 등이 갖추어진다.

한편, 가축을 가까이 하면서 동물들로부터 다양한 전염병이 인간에게 전해지고,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병균에 대한 면역력이 강해지는 이점도 있었다. 또한 식량 생산을 위해 개발된 도구와 기술은 무기의 발전을 가져오고, 금속무기로 무장한 군대와 항해술, 그리고 강력한 통치체제를 기반으로 타 대륙을 정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유라시아, 동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태평양 일대의 인류 사회를 살펴보면 지리적 환경에 따라 가축화·작물화할 만한 야생 동식물이 각기 달랐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여건도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량 생산의 여러 가지 선행 조건을 갖추고 아울러 다른 곳으로부터 기술이 확산되기 좋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이 같은 이점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선점하고 그들을 정복하고 교체해 나갔다.

도구로 사용된 금속, 강철로 만든 칼, 창, 단검 등의 총기가 유럽이 남북아메리카를 정복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고, 촌락과 도시의 형성으로 페스트, 인플루엔자, 천연두 등의 유행병을 앓았던 덕에 얻은 면역력이 유럽의 제국들이 소규모 병력으로 인구 2000만명이 넘는 잉카제국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류역사를 돌이켜 보면, 식량생산이 독립적으로 가능했던 곳은 세계의 몇 지역에 불과했으며 그 시기도 크게 달랐다. 식량생산을 일찍 시작한 지역의 민족들은 총기, 병원균, 쇠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도 일찍 출발하였고, 이는 곧 문명의 차이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서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능력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산시 '신인감독 김연경' 상록수체육관서 최종전
  2. 양산국화축제, 6만 5천여 점 국화 작품 전시 성황리에 폐막
  3. 우송정보대 간호학과, 재학생 위한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개최
  4. 대전, 영상콘텐츠 중심지로 도약하다
  5. 대전대·건양대·목원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지·산·학 협력 활성화 위해 맞손
  1.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국제공모작 13개 윤곽...국민의 원픽은
  2. (사)충남지역혁신사업단, 나사렛대 평생교육원과 업무협약 체결
  3. 건양대 인공지능학과 'KAICTS 2025 추계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영예
  4. 조승래 국회의원, 충남대 후배들과 만나 소통
  5. 배재대 IPP사업단 2026년도 일학습병행 참여기업 모집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