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어른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메뚜기잡기에 나선다. 메뚜기는 구워먹기도 하고 볶아먹기도 한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던 시절 간식거리로 그만이었다. 메뚜기를 잡을 때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메뚜기는 잡기가 쉬웠다. 몇 마리씩 떼를 지어 있기도 하지만 멀리 날아가지도 않고 근처에 자주 옮겨 앉기 때문이다. 메뚜기를 담는 그릇도 필요하지 않았다. 작정을 하고 많이 잡기보다는 놀이삼아 몇 마리씩 잡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메뚜기를 잡으면 '꿰미'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곳에 꿰어서 가지고 다녔다. 꿰미는 줄기가 가늘면서 길고 질긴 강아지풀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이 꿰미에 메뚜기의 아가미를 꿰었다.
흔히 메뚜기를 잡았지만 꿀꿀이나 땅개비, 방아깨비 등도 잡았다. 특히 꿀꿀이나 방아깨비는 메뚜기보다 컸지만 주로 산속의 수풀더미에서 살았기 때문에 잡기가 힘들었다. 메뚜기보다 멀리 날아다녔고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방아깨비를 잡는 날이면 방아깨비의 양다리를 쥐고 다니면서 방아깨비의 방아 찧는 듯한 동작을 즐기다가 놓아주곤 하였다.
요즈음은 아이들이 코를 흘리거나 침을 흘리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아이들을 코흘리개라고 하였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침이나 코를 흘리고 다녔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집에서처럼 옷소매 끝에 침이나 코를 닦지 않도록 한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다니기도 하였다.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침이나 코를 많이 흘리는 아이들을 위해 메뚜기나 미꾸라지 등을 잡아서 구워 먹이기도 하였다. 침이나 코를 많이 흘리는 것은 아마도 채식위주의 식생활에서 오는 영양의 불균형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고기가 귀하던 시절 어린아이에게 동물성 영양성분을 보충해주기 위해 메뚜기나 미꾸라지 등을 먹여서 건강을 지키는 슬기를 발휘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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