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 |
영혼과 감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흐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생산해내고, 그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깨닫는 것 자체가 문화의 흐름이다. 문화예술 영역만큼 흐름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 정서의 흐름 따라 바뀌는 삶의 변화가 바로 흐름의 양이고, 흐름의 속도다. 감성과 영혼으로 창작되기에 문화예술의 흐름은 형이상학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문화예술은 권력으로 지배해서도 안 되고, 제도로 규제해서도 안 된다. 보이지 않게 흐르는 예(藝)와 혼(魂)의 영역적 특성이 바로 문화예술이다.
대전에도 문화예술 전문단체인 문화재단이 설립된지 어언 3년을 넘는다. 구호만 외치던 대전시가 이제 본격적인 문화도시로 격(格)을 갖추어가고 있다. 그동안 관료조직 범주 속에서 알게 모르게 흐름이 제약됐던 문화예술 업무가 문화재단으로 이관되면서 문화예술 본연의 명맥이 제대로 흐름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 외지에서 흘러드는 모방 문화예술이 아니라, 자체 생산하는 대전만의 문화예술 흐름이 비로소 체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문화예술은 아직도 유약하다. 정책도, 재원도, 인력도 시민의 기대 따라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종합문화제 하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시민문화를 이끄는 선도적 사명자로서의 치열한 노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핑계로 대전 시정(市政)의지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문화예술을 간섭, 통제하려 하고 있다. 관료주의적 타성을 청산치 못하고 있다. 시장(市長)은 복장 자율화, 두발 자율화 등 창의적 신개념을 부르짖고 있는데도 문화예술정책 실무부서 공무원들의 의식흐름은 변화가 보이질 않는다.
이제 의식주문제가 주종정책이던 시대는 지났다. 공무원들도 이제는 변화하는 시민들의 문화욕구 흐름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시대 1순위 경쟁력은 시민들 '삶의 질 향상'이다. 금방 가시적 실적을 나타낼 수 없다는 이유로 문화예술 정책을 뒤로 밀쳐버리던 불행한 시대의 관료주의적 관념을 버려야 한다. 중앙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아오는 일부예술단체의 협력사업마저도 '실무자들과 상의 없이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정차원의 협력지원을 거부하는 관계자들의 오만은 대전문화예술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흐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정책 주무부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시정을 이끄는 시장(市長)도 불행하고 시민들도 불행하다. 또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파견된 '협력관'이란 사람의 역할도 깜깜하다. 무슨 사명을 가지고 대전에 와서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기관 간 소통의 흐름은 고사하고 숨소리조차 없으니 답답하다.
지금부터라도 대전시 문화예술부서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존중해야 될 정책과제를 바로알고 부응해야 한다. '창의성 우선'을 외치고 나선 시장의 시책방향을 따라야 한다. 새 임기에 들어선 문화재단 대표도, 예술위원회에서 파견된 협력관도, 대전 문화예술 정서흐름을 빨리 알아야 한다. 물론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이 또한 흐름의 이치요 순리다. 지금도 세태는 변하고 있다. 따라서 대전문화도 흐르고 있다. 공직자들의 의식도 흐름을 따라야 한다. 차별화된 '대전만의 문화' 생산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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