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대전의 문화예술정책과 흐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류인석]대전의 문화예술정책과 흐름

[시사 에세이]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11-10-24 14:06
  • 신문게재 2011-10-25 20면
  • 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
▲ 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
▲ 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물(水)뿐만이 아니다. 지혜나 학문, 돈이나 권력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는 마찬가지다. 흐름의 이치는 누구도 부정하거나, 거역할 수 없는 순리다. 다만 인간의 지혜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흐름의 양과 속도뿐이다. 요즘 정치나 통치가 소용돌이치는 것도 민초들의 욕구정서에 대한 흐름의 속도와 양을 제대로 조절치 못하는 정치, 통치자들의 무능과 고집 때문이다. 예 부터 성공한 정부, 성공한 단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세태흐름의 양과 속도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통치했다.

영혼과 감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흐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생산해내고, 그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깨닫는 것 자체가 문화의 흐름이다. 문화예술 영역만큼 흐름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 정서의 흐름 따라 바뀌는 삶의 변화가 바로 흐름의 양이고, 흐름의 속도다. 감성과 영혼으로 창작되기에 문화예술의 흐름은 형이상학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문화예술은 권력으로 지배해서도 안 되고, 제도로 규제해서도 안 된다. 보이지 않게 흐르는 예(藝)와 혼(魂)의 영역적 특성이 바로 문화예술이다.

대전에도 문화예술 전문단체인 문화재단이 설립된지 어언 3년을 넘는다. 구호만 외치던 대전시가 이제 본격적인 문화도시로 격(格)을 갖추어가고 있다. 그동안 관료조직 범주 속에서 알게 모르게 흐름이 제약됐던 문화예술 업무가 문화재단으로 이관되면서 문화예술 본연의 명맥이 제대로 흐름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 외지에서 흘러드는 모방 문화예술이 아니라, 자체 생산하는 대전만의 문화예술 흐름이 비로소 체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문화예술은 아직도 유약하다. 정책도, 재원도, 인력도 시민의 기대 따라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종합문화제 하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시민문화를 이끄는 선도적 사명자로서의 치열한 노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핑계로 대전 시정(市政)의지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문화예술을 간섭, 통제하려 하고 있다. 관료주의적 타성을 청산치 못하고 있다. 시장(市長)은 복장 자율화, 두발 자율화 등 창의적 신개념을 부르짖고 있는데도 문화예술정책 실무부서 공무원들의 의식흐름은 변화가 보이질 않는다.

이제 의식주문제가 주종정책이던 시대는 지났다. 공무원들도 이제는 변화하는 시민들의 문화욕구 흐름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시대 1순위 경쟁력은 시민들 '삶의 질 향상'이다. 금방 가시적 실적을 나타낼 수 없다는 이유로 문화예술 정책을 뒤로 밀쳐버리던 불행한 시대의 관료주의적 관념을 버려야 한다. 중앙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아오는 일부예술단체의 협력사업마저도 '실무자들과 상의 없이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정차원의 협력지원을 거부하는 관계자들의 오만은 대전문화예술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흐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정책 주무부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시정을 이끄는 시장(市長)도 불행하고 시민들도 불행하다. 또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파견된 '협력관'이란 사람의 역할도 깜깜하다. 무슨 사명을 가지고 대전에 와서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기관 간 소통의 흐름은 고사하고 숨소리조차 없으니 답답하다.

지금부터라도 대전시 문화예술부서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존중해야 될 정책과제를 바로알고 부응해야 한다. '창의성 우선'을 외치고 나선 시장의 시책방향을 따라야 한다. 새 임기에 들어선 문화재단 대표도, 예술위원회에서 파견된 협력관도, 대전 문화예술 정서흐름을 빨리 알아야 한다. 물론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이 또한 흐름의 이치요 순리다. 지금도 세태는 변하고 있다. 따라서 대전문화도 흐르고 있다. 공직자들의 의식도 흐름을 따라야 한다. 차별화된 '대전만의 문화' 생산정책이 시급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