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효 산림청 차장 |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듯이 일각의 비리가 유독 돋보이는 것일 뿐 우리나라 모든 부문이 부패와 비리에 물든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심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직자가 연루된 부정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를 싸늘히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을 보면서 필자는 다산(茶山)의 가르침을 생각해 본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1818년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했다. 이 책은 지방관이 지켜야 할 도리를 제시하고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부임(赴任)', '율기(律己)' 등 12편으로 구성됐고 각 편은 6조로 나눠져 있다.
자신이 지방관과 암행어사를 거치는 동안의 경험과 18년간의 귀양살이를 통해 체험한 것을 서술한 책으로 특히, 공직자의 자기관리를 강조한 율기 6조는 이 시대 공직자들이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율기편에는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라는 '칙궁(飭窮)', 마음가짐을 청렴하게 하라는 '청심(淸心)', 집안 법도를 바르게 하라는 '제가(齊家)', 사사로운 손님을 사절하라는 '병객(屛客)', 씀씀이를 절약하라는 '절용(節用)',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라는 '낙시(施)'를 각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 다산이 공직자에게 제시한 최고의 덕목은 청심이다. 이와 관련 다산은 청렴에 대해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으로, 청렴하지 않고서 지방관 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기 때문에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하고, 청렴하지 못한 사람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뇌물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주고받지만 한밤중에 한 일도 아침이면 드러난다.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이미 사사로운 정으로 행해진 것”이라며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200여년전 다산이 공직자의 청렴을 중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발생하고 있는 각종 부정비리 사건의 대다수가 권력을 이용한 사리사욕에서 기인된 것처럼 그 시대에도 공직자의 썩은 권력으로 인해 수많은 민초가 고초를 당하고 사회가 불안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산의 청렴사상을 가슴에 새기며 사회에 만연한 부정비리를 근절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직자로 이뤄진 관료조직은 그동안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공직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입문할 때 가졌던 공심(公心)은 바로 청렴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산림청이 올해를 청렴문화 정착 원년으로 삼고 고위공직자에게 청렴서약을 의무화하면서 알선·청탁 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다산이 살아있어서 비리로 얼룩진 지금의 세태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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