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孝문화 인프라… 체계적 관리로 가치 높여야

최고의 孝문화 인프라… 체계적 관리로 가치 높여야

족보박물관, 뿌리공원과 연계 학생 효체험학습장 '각광' 문화재급 유물 보강·인력 충원 등 市 차원의 지원 절실

  • 승인 2011-10-20 13:53
  • 신문게재 2011-10-21 9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족보있는 도시 대전-세계기록유산 등재 프로젝트] 7.족보박물관과 효문화

학생들의 체험학습철 외에도 하루 수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박물관은 흔치 않다. 우리나라 최고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평일 하루 관람객 수가 1만명이 안되고 우리 지역인 국립공주박물관과 국립부여박물관도 하루 평균 1000명 내외가 찾는다.

▲ 뿌리공원 성씨 조형물
▲ 뿌리공원 성씨 조형물
이에 비하면 한국족보박물관은 평일 하루 3000명, 주말과 휴일에는 5000여 명이 찾으니 웬만한 국립박물관보다 관람객이 많다. 일일이 티케팅을 하지 않으니 정확한 관람객 수 추산은 어렵고 체험학습과 봄가을 나들이 철이면 하루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다는 게 족보박물관에 근무하는 문화해설사의 말이다.

문화해설사 조자은씨는 “날씨가 좋은 봄가을이면 주차장에 타 지역에서 온 대형버스들이 즐비하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박물관에 동시에 입장해 해설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족보박물관은 대전시민보다 외지 관람객이 많기로 유명한데 여기에는 고속도로와 인접한 편리한 교통여건이 한 몫 한다. 대전시 중구 침산동에 있는 한국족보박물관은 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대전남부순환도로를 타고 안영IC로 들어와 시내방향으로 1㎞만 가면 된다. 톨게이트에서 5분 거리인데다 주차비와 입장료가 없어 학생과 가족단위 관람객도 많이 찾는다.

특히 전국 유일의 효 테마공원으로 조성된 뿌리공원 내에 있어 족보박물관에서 자신의 성씨와 족보를 공부한 후 뿌리공원에 있는 관련 성씨조형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넓은 잔디광장에 문중별로 특색 있게 조성된 136개의 성씨조형물에는 시조를 비롯한 문중의 유래, 문중 대표인물,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들에게는 최고의 체험학습장이다.

뿌리와 효문화를 차별화한 효문화뿌리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유망축제로 선정돼 올해부터 3년간 매년 5000만원씩 모두 1억5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 계명대 동산도서관 내부
▲ 계명대 동산도서관 내부
지난 7~9일 열린 3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문중퍼레이드를 시작으로 과거시험 재현 '전국한시백일장', 문중명랑운동회, 도전! 뿌리골든벨, 대전 효마당극 '식장산 화수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대전의 자매도시인 일본 삿포로시에서 우에다 시장을 비롯한 100여 명의 사절단이 방문해 효문화뿌리축제를 벤치마킹했다.

여기다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효문화지원센터가 문을 열어 대전은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 효문화지원센터를 갖춘 효문화 선도도시가 되었다. 지난 효문화뿌리축제에 맞춰 효자효부효행록을 발간한 효문화화지원센터는 효문화확산을 위한 연구조사와 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정보제공, 프로그램 개발, 초중고생들에 대한 효교육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동춘당근린공원 세워져 있는 송씨삼세효자비와 효자각 등도 대전이 효도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송씨삼세효자정려구허(宋氏三世旌閭舊墟)'는 3대에 걸쳐 효를 행한 송경창, 송시승, 송유관을 기리기 위한 것이며 서구 갈마동 신공유천 효자정려각(愼公惟天 孝子旌閭閣)의 주인공 신유천도 대전의 대표효자로 초등학생들의 교재에도 나올 정도다.

한기범 한남대교수는 “송경창은 왜적이 81세 부친을 해하려하자 온몸으로 막아서다 왜적이 휘두르는 칼에 오른손이 끊어져 피가 땅에 흘러도 왼팔로 아버지를 안고 놓지 않아 부친을 살렸으며 송경창의 손자 시승도 부친이 병으로 사경을 헤맬 때 손가락을 베어 피를 받아 부친의 수명을 연장한 효자”라며 “예와 효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세태 속에서 부모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송씨 3세의 이야기와 신유천의 효행은 현대인에게 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했다.

▲ 지난 7일부터 3일간 침산동 뿌리공원에서 열린 '효문화 뿌리축제 문중 퍼레이드 모습. [중구청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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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부터 3일간 침산동 뿌리공원에서 열린 '효문화 뿌리축제 문중 퍼레이드 모습. [중구청 사진제공]
이처럼 대전이 뿌리와 효문화 선도도시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우르지 못한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우선 대전시는 그동안 중구에서 주관하던 효문화뿌리축제가 올해부터 문화관광부 유망축제로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게 되자 시로 이관해 시에서 직접 축제를 주최했다.

올해 뿌리축제는 일정만 이틀에서 3일로 연장됐지 예산도 중구가 주관하던 지난해 4억5000만원에서 늘지 않았으며 참가문중 수도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 문중과 뿌리축제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특히 '즐겨孝 함께해孝'란 주제로 열린 행사들도 세계전통무용, 세계전통 패션&헤어쇼, 품바공연 등 일반축제 프로그램들과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뿌리축제는 대전시가 맡고 족보박물관과 뿌리공원의 관리운영은 중구청이 한다는 것도 문제다.

뿌리공원이 위치한 중구에서 족보박물관을 건립하기는 했지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자치구가 우리나라 첫 족보박물관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는 역부족이다. 족보박물관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족보전문박물관이자 성씨 유래를 담고 있는 뿌리공원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박물관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하고 여기에 대전시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효문화뿌리축제 제례시연 모습.[중구청 사진제공]
▲효문화뿌리축제 제례시연 모습.[중구청 사진제공]
계명대 동산도서관은 당파를 알 수 있는 독특한 표기법을 보여주는 1606년 진양하씨족보와 퇴계선생을 배출한 진성이씨족보 등 1만4000여 점의 족보를 소장하고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족보전문도서관으로 손색이 없다. 또 2005년 문을 연 배재대 족보자료실도 경주김씨계림군파 대동보와 전의이씨성보 등 1089종 4040권의 족보자료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문중과 서울 인사동 고서점 등을 누비며 자료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하며 족보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족보는 4607점으로 이 가운데 문화재는 한 점도 없다. 대부분의 전시물이 복제본이거나 최근의 자료들이어서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박물관으로의 위상에는 현격히 떨어진다. 족보 구입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기증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봉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대전이 뿌리공원과 성씨조형물, 효문화센터 등 보학과 뿌리에 관련한 인프라는 두루 갖춰졌지만 이를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족보박물관의 위상이 더 높아져야한다”면서 “박물관을 유지 운영할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문화재급 유물들을 보강하는 인력과 예산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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