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황식 총리가 대신 읽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6월까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종합기본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추진위는 지난 7월에 이어 오는 24일 대전시청에서 토론회를 갖는다. 개편 방향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지만 행정체제 개편에 지방정부와 지역민의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고 믿는 이는 없다. 오히려 분권과 지방자치라는 큰 흐름과 반대로 중앙집권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오늘 기고한 대전대 안성호 교수도 시·군·구를 통합할 것이 아니라 자치역량 확대를 위해선 시·군·구 합병을 삼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려면 먼저 기본 방향을 시대정신 구현에 맞춰야 한다. 지방분권과 주민자치, 사회통합이 그것이다. 중앙부처가 갖고 있는 재정·인사 등 권한과 기능을 지자체나 통합 행정단위에 대폭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단순히 기초지자체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라면 행정체제 개편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 비대한 정부 권한은 틀어쥔 채 쥐꼬리 같은 지방 권한을 흔든다는 거센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개편일 때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정부 권한을 움켜쥔 채 인접 시·군 통합만을 닦달하는 한 지역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하다. 통합과정에서 지역적 특성도 충분히 감안해야 할 사안이고 어떤 식의 통합이든 최종 결정권은 해당 지역 주민에게 맡겨야 마땅하다. 지역민들의 백가제방식의 여론수렴이 반드시 필요하고 지역 여건을 감안한 맞춤식 통합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시민단체 등과 공조 협력해 분권을 비롯한 지방의 입장을 적극 개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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