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찬]잘못된 점 밝혀 말하는 이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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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찬]잘못된 점 밝혀 말하는 이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

[시론]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1-10-19 15:30
  • 신문게재 2011-10-20 21면
  • 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아주 짧은 고려 시대 노래가 하나 있다. '유구곡(維鳩曲)'이라고도 하고 '비두로기'라고도 하는 이름의 이 노래는 고려 16대 임금인 예종의 일화와 함께 전해지고 있다. '고려사'의 기록에 의하면, 예종이 자신의 과오와 시정의 득실을 듣고 싶어서 언로를 넓게 열어놓았는데 그래도 신하들이 상언하지 않을까 하여 이 노래를 지어 타일렀다는 것이다. '고려사'의 해당 대목은 예종이 불렀다는 노래를 '벌곡조(伐谷鳥)'라고 기록하고 있어 과연 이 노래가 그 노래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동일한 노래로 보는 시각이 학계에서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유구'는 비둘기이고 '벌곡조'는 뻐꾹새인데 노래의 첫 소절을 이름으로 삼았으면 '유구곡'이 되는 것이고, 내용이나 의미의 비중을 따졌으면 '벌곡조'로 이름을 불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에게 잘못된 점을 밝혀 말하는 소임을 지니는 자리가 간관(諫官)이다. 그런데 그 간관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먼저 비둘기 간관은 앞에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뒤에서 '구구구구'하면서 알아듣지도 못하게 혼자 중얼거리는 간관이다. 그에 비하여 뻐꾹새 간관은 뻐꾹새처럼 '뻐꾹뻐꾹'하면서 끊어치듯 큰소리로 간언을 하는 간관이다. 비둘기 간언은 간언 축에도 못 들지만 뻐국새의 간언은 직간(直諫)이라고 불러줘도 될 듯싶다.

마지막으로 봉황새 간관을 추가할 수 있다. 봉황새는 임금의 노여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다하는 간관이다. 봉황새 간관의 간언은 이를테면 풍간(諷諫)이다. 풍간은 비유를 들어 넌지시 암시하여 역린을 건드리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풍간은 말을 듣는 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쓸모가 없게 된다.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 장왕이 아끼는 말이 하나 있었는데 살이 너무 쪄서 죽자 대부의 예를 갖추어 장례를 치르게 하였다. 좌우의 신하들이 다투어 반대를 하니 장왕이 불같이 화를 내며 죽음의 경고를 내렸다. 이때 우맹이라는 악사가 그 소문을 듣고 대궐에 들어가서 하늘을 향하여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장왕이 놀라 우는 까닭을 물으니 우맹이 대답하였다. “대왕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말을 대부의 예로써 장사지내는 것은 너무 박합니다.”

장왕이 그러면 어찌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우맹이 다시 대답하였다. “옥돌로 속널을 만들고 가래나무로 바깥널을 만들며 단풍나무 느릅나무 녹나무로 횡대를 만드십시오. 군사를 동원하여 무덤을 파고 사당을 세워 큰제사를 지내고 장차 일만 호의 봉읍으로 받들게 하십시오.” 우맹의 말을 다 듣고 난 장왕이 어찌하여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탄식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곧 뉘우쳤다. 그리고 우맹에게 다가가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할 것인가 물었다. 우맹이 대답하였다.

“청컨대 대왕께서는 가축으로써 장사를 지내소서. 부뚜막으로 바깥널을 삼고 구리솥으로 속널을 삼으십시오. 생강과 대추를 섞은 뒤 향료를 넣고 쌀로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리고 장작불로 옷을 입힌 다음 이를 사람의 창자 속에 넣어 장사지내시옵소서.” 이에 장왕은 곧 음식 만드는 관리를 불러 말을 주고는 천하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였다. '사기'의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일개 악사인 우맹이야말로 실로 봉황새 간관이었던 것이다. 장왕도 춘추오패의 하나로 꼽힐 만큼의 지혜와 도량은 있었던 인물이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이 온 국민들의 심기를 크게 건드려놓았다. 경호실장 한 사람 물러나게 한 뒤 없었던 일로 하자는 청와대의 뒷걸음이 뒷수습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전임 대통령들에 비하여 훨씬 넓은 면적(2143㎡)과 훨씬 많은 비용(42억 8000만원)으로 마지막 남은 알짜배기 땅을 거머쥐려고 하던 바로 얼마 전의 호기로움이 어디로 갔는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 대단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인가.

변칙에 변칙을 더하는 것,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국민의 눈과 귀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등등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다만 한 가지 만큼은 다시 짚어보아야 할 것 같다. 사저 논란이 뜨겁게 국민 여론을 달구던 그때 그 시각 대통령은 미국에서 동포들을 모아놓고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변에는 과연 제대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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