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관협회장 |
자신의 목소리를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도 적지 않겠지만 특히 정치인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국민의 꿈으로 착각한다. 자신의 신념을 국민의 신념으로 오해한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소망하는 일을 국민들도 원한다고 믿는다. 그리고는 그 오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형태와 방법을 동원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자기 행위의 열매를 먹고 산다. 자기 꾀를 남발한 사람은 그 꾀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될 뿐이고, 국민에게 자신의 소리를 강요한 사람들도 자신의 소리에 붙잡히게 되어있다. 국민들에게 큰 소리를 쏟아낸다고 해서 국민들이 무조건 들어주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큰 소리가 시간이 지나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국민들도 이제는 큰 소리를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겸손함과 진정성이 담긴 목소리를 원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사람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민의 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나? 두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국민의 절실한 소리들이 마음의 귓속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역사를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 시대는 이상할 정도로 국민의 한 맺힌 음성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을 아니라고 부정하는 어리석음, 그러고도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방자함, 지식을 미워하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고집하는 오기가 국민의 목소리보다 늘 앞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천연덕스럽게 자행하고 그것이 바른 길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온 국민이 잘못되었다는 일을 자기들만 올바른 일이라고 강변한다. 책망하고 꾸중하는 소리가 불같이 일어나서 돌이키라고 외치고 있지만 귀를 막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끼리 더 크게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국민들의 소리를 잠재우려고 한다.
이제 그만 고집에 찬 눈초리를 거두고 거친 목소리를 낮출 때가 되었다. 그리고 국민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길거리의 간담회나 몇 몇 사람과의 대화를 국민의 소리라고 우기지 말자. 또한 나라의 정치를 의논하는 국회에서도,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가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들의 작은 삶에서도 우선 목소리를 낮추자. 목소리를 높이고 핏대를 세우면 금방 무언가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것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을 뿐이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목소리만 높이다가 국민들의 외침을 듣지 못하고 안타까운 형편에 내몰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두려움이 광풍같이 임한 후에, 근심과 슬픔이 폭풍 같이 몰아닥친 후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그들에게는 국민들의 구체적이고도 냉정한 외면과 역사의 질책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은 어리석음과 무례함을 버리고 역사와 국민이 기다리는 자리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돈이 유혹하는 소리나 개인적인 이익이 속삭이는 소리와도 결별해야 한다. 자기 목소리에 자기가 상처를 입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진 후에 땅을 치지 말고, 역사와 국민의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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