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A 교수는 18일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이 수나라 우중문에게 보낸 한시를 인용, 서 총장을 향해 용퇴를 촉구했다.
이 한 시는 “전쟁에 이겨서 그 공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A 교수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시작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도 함께 서 총장에게 보내 용퇴를 압박했다.
앞서 17일에는 경종민 교수협 회장이 장문의 서신을 통해 서 총장의 '퇴장'을 재차 촉구하는 글을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뒤 이를 언론에 공개하며 서 총장 용퇴의 불씨를 살려나갔다.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오는 31일 대학평의회 개최를 앞두고 서 총장은 백경욱 연구부총장, 조동호 ICC부총장, 이균민 교무처장, 박희경 기획처장, 박승빈 공과대학장, 김동원 문화과학대학장 등 보직 교수들을 총장 몫 10명을 확정했다.
카이스트 일각에선 보직 교수 중심에 일반 교수를 포함시키는 것이 교수사회 화합을 위해 더 나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자칫하면 교수협과 대립하는 양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5명의 교수 평의원은 무기명 인터넷 투표로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선출된다. 이 과정에서 서 총장 측의 세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일면 교수협이 정면 대응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카이스트 한 구성원은 “내부 구성원들이 이곳저곳에서 서 총장 용퇴를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서 총장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리더십에는 치명타를 받아 학교 개혁 과정에서 크고작은 내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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