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사저, 측근의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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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의 사저, 측근의 비리

[중도시평]김대중 편집부국장

  • 승인 2011-10-18 14:27
  • 신문게재 2011-10-19 20면
  • 김대중 기자김대중 기자
▲ 김대중 편집부국장
▲ 김대중 편집부국장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은 그가 세상을 떠난뒤에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늘 갈구하고, 늘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그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늘 배고프고, 늘 바보같아라'가 될 수 있다. 수많은 역경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었던 그였기에 이 연설이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중국 청나라의 정판교는 바보경을 지었다. '난득호도(難得糊塗·바보이기는 어렵다)'가 그것이다. 산둥성의 지방관리로 근무했던 정판교는 어느 날 친척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의 담장을 놓고 이웃과 송사가 벌어졌으니, 이 지역 지방관에게 잘봐달라는 편지 한통을 써달라는 청탁이었다. 정판교는 답장을 보냈다. '천리 거리에서 편지를 보낸 것이 담장 하나 때문인가. 몇자를 양보하면 또 어떤가? 만리장성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어찌 진시황은 보이질 않는가.'서예가인 정판교는 이 시와 함께 '난득호도, 흘휴시복(吃虧是福·손해를 보는 것이 곧 복이다)'이라고 쓴 편액을 친척에게 보냈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내곡동에 짓기로 한 사저를 백지화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 전 까지는 “아들 시형씨 명의로 된 땅을 대통령 앞으로 돌려놓겠다. 경호부지도 줄이겠다”는 미봉책을 청와대에서 내놓았다.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서울시장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있기에 사저를 포기했다는 분석도 있으나, 흉흉해진 민심을 거스를 수 없기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으로서는 10·26 재보선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에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방법으로 대통령의 사저 포기를 건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통령 최측근들이 각종 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는 상황에서 불거진 대통령 사저 문제는 권력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주군만을 생각한다는 측근들은 주군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바빴던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청와대는 대통령 사저 문제가 이토록 큰 파문을 일으킬줄 몰랐을까? 그렇다면 경호처장 뿐만 아니라 결재 라인에 있었던 모든 간부들이 사퇴하는 것이 온당하다.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죄는 경호처장 한명의 경질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부와 권력을 꿈꾸는 것은 사람의 본능에 가깝다. 공자는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그것을 누리지 않으며,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이 아니면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바른 방법이 아니면 취하지 않는 것이 부와 권력이라는 뜻이다.

방 한칸 늘리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대통령의 사저 문제와 측근들의 비리는 분노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초인적인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스티브 잡스가 돈에 집착하고, 호화주택에 집착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입버릇 처럼 말해온 '공정 사회'와 '도덕적 정권'은 사저 파문과 측근 비리로 땅속에 묻혔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일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이 대통령이 해야 할일은 앞으로만 달려온 집권 4년을 뒤돌아 보는 일이다. 남은 임기 일년은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능한 영악한 참모가 아닌 우직하게 대통령을 보좌할 인물을 찾는 인적쇄신도 단행해야 한다. 임기내 공과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권이 성공한 예는 없다. 남은 임기,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는 대통령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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