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잊을 수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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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잊을 수 없는 아이들

[교육단상]김영태 계룡고 교사

  • 승인 2011-10-18 14:27
  • 신문게재 2011-10-19 20면
  • 김영태 계룡고 교사김영태 계룡고 교사
▲ 김영태 계룡고 교사
▲ 김영태 계룡고 교사
학교를 옮기면 학생들도 처음에는 낯설고 적응하기가 어렵지만 나 역시 학교를 옮길 때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2006년 부여고에서 5년을 근무하고 새로 개교하는 계룡고로 전근을 가게 된 것은 나에게는 어쩌면 잊을 수 없는 아이들을 만나는 운명의 선택이었다.

부임할 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있어 근무하게 될 학교를 가 보았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넓은 현관과 로비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깔끔한 건물을 보면서 앞으로 이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매우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며칠 후 개교 준비를 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리 와서 개교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할 일은 입학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입학식을 하자면 마이크 시설이 필요한데 신설학교라 방송시설은 새것이지만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아직 입학식도 치르지 않은 우리반 입학 예정 학생들을 학교로 불렀다. 고등학교 1학년 이라고 해야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예비 담임을 믿고 입학식을 함께 준비해주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학생들이었다. 방송장비 사용법도 설치 업체 관계자가 서울에서 바로 내려와 사용법을 알려주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입학생이지만 방송 때문에 입학식에 참가 못하고 무사히 입학식을 치르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시작이 좋았듯이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학생들과 학교를 꾸며가면서 생활하다보니 1년이 즐겁게 지나갔고 항상 기쁨이 있었다.

그러다 집 가까이 있는 학교에서 교사를 초빙한다고 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내가 원하면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학교로 전근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명의 학생들이 찾아왔다. 함께 개교했으니 졸업까지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학생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다른 학교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강하게 이야기 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입학식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 했던 이 아이들의 소망을 저버릴 수 있을까?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이 학생들을 데리고 3학년까지 올라가자고 결심을 했다.

그러나 2학년에 올라오니 아이들과의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다. 나의 소망은 간곳이 없고 학생들은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 버렸다. 한 학생은 랩을 한다고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부르며 공부와 담을 쌓고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은 항상 연예편지를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생 한명은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했는데 전화요금이 100만원 이상 나와 부모에게 혼나는 상황도 나왔다. 또 학교에 오면 매일 담배를 피워 생활지도부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저녁에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잠만 자기 일쑤였다.

하지만 개교하면서 모두가 낯선 곳에서 만났던 학생들과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학생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영어 숙어 1개 수학 공식 1개씩 외우게 하면서 상담을 같이하니 조금씩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3학년에 올라와서는 꿈과 목표가 생겨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서울과 지방 국립대와 명문대를 합격했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개교학교에서 함께 고생했던 학생들의 순박한 눈망울은 앞으로 교직생활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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