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헌]'제5의 에너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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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헌]'제5의 에너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사이언스 칼럼]정대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부장

  • 승인 2011-10-17 14:08
  • 신문게재 2011-10-18 21면
  • 정대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정대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정대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부장
▲ 정대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부장
지난 달 중순, 여름 끝자락에 찾아온 기습더위로 인해 사상 유례 없는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규모만 61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정전사태는 전력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였지만 에너지 위기가 현실로 닥쳐왔을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생생하게 실감하게 해주었다. 특히 에너지의 96%를 해외에 의존하면서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나라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겨울철 전력 피크의 주범인 각종 난방기기들이 등장할 차례다. 자칫 방심하면 언제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를 일이다. 정부에서 절전 계획을 마련하고 관리에 나선다고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화석에너지 고갈과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제5의 에너지'로 불리는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풍부하고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로 여겨지며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 받아온 원자력 에너지는 일본의 원전 사고로 인해 급제동이 걸린 상태이며,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적·기술적 제약과 저장·활용 등의 어려움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어진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고유가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을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위해 각종 법규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비전으로 2020년까지 전기사용을 20% 줄이고, 새로운 연방빌딩의 에너지 사용량을 45% 줄이며, 2030년까지 실제 제로에너지 빌딩을 건설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유럽 또한 2020년까지 에너지를 20%까지 줄이기 위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일본도 원전 증설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앞으로 에너지 정책의 초점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에 맞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9년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시나리오에서 주요 감축수단으로 에너지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확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 등을 제시했고, 이 중 에너지효율 개선이 전체 감축량의 약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 향상은 단기적인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장기적인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절약 및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국가 프로그램보다는 시장 수요에 의존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기술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약 10~20% 정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에너지절약의 산업화를 위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Energy Service Company)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세계시장의 20%를 점유할 수 있도록 '20대 에너지절약기술'을 선정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는 가장 값싸고 풍부한 자원인 동시에 가장 친환경적이면서도 비용효과적인 에너지원이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로 미래를 준비하는 동시에,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로 오늘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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