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비만과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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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비만과 세금

  • 승인 2011-10-17 13:55
  • 신문게재 2011-10-18 21면
  • 현옥란 편집팀 차장현옥란 편집팀 차장
▲ 현옥란 편집팀 차장
▲ 현옥란 편집팀 차장
요즘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헬스 걸'들이 짧은 기간 동안 몰라보게 날씬해진 몸매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일주일 만에 수㎏씩 몸무게를 감량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 데, 석달 만에 30㎏ 넘게 살을 뺀 것을 보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이렇듯 식지 않는 몸짱 열풍과 함께 비만탈출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이 따로 없다.

얼마 전 덴마크는 비만인구를 줄이기 위해 '세금'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버터와 우유는 물론 피자, 식용유, 육류, 조리식품까지 포화 지방을 함유한 모든 식품에 '비만세'를 매기면서 전면전을 선포한 것. 비만세는 비만 유발의 주범인 나쁜 지방에 세금을 높게 붙여 국민의 지방 섭취를 줄여 비만율과 함께 이에 따른 질병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덴마크가 앞서 나가자 늘어나는 비만인구에 고심하던 영국 등 유럽과 세계 비만 1위국인 미국까지 도미노 효과가 퍼질 기미다.

그들 정부는 '비만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건강관련 재정에 더 많이 공헌해야 한다', '국민 건강도 챙기면서 바닥난 재정도 채우자' 등의 의도로 비만세 징수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비만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빵과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세금으로 인해 상당수 먹을거리들이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국민들의 반발이 적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지방 함유량이 높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인구가 주로 저소득층인 탓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폭탄'을 떨어뜨리는 꼴'이라는 비난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음식 값을 줄이고 맛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 사용을 줄이는 대신 설탕이나 소금 등의 사용을 늘린다면 비만 감소 여부를 떠나 국민 건강이 더 나빠질 수도 있어 비만세가 과연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 미국에서 불고 있는 비만과의 전쟁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비만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 비만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비만학회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성인비만율은 1998년 26.0%→2007년 30.7%→2009년 31.3%로, 소아·청소년(2~18세)은 1998년 8.5%→2009년 9.1%로 늘었다. 특히 저소득 가정의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두 배 가까이 급속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함량이 높은 값싼 고열량 저영양식(패스트푸드)의 보급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져 사회 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만성질환 증가와 함께 의료비 지출 상승 등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한해 1조원이 넘는다. 이렇듯 계속 비만인구가 늘어간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비만세를 고민할 날이 올 것이다.

16일은 비만의 날이었다. 정부, 학회, 단체 등에서 다양한 비만예방을 위해 교육,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백문이 불여일 '운동'이다. '뚱보'없는 건강하고 날씬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뛰자.

현옥란 ·편집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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