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봉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장 |
정전시간, 주파수 유지율, 송배전 손실률 등 주요 전기품질 지표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세계 최저 수준의 요금으로 공급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복리 증진에 기여해 왔다는 전력인들의 자부심에도 큰 상처가 남게됐다.
우리나라 전력계통 운영시스템의 일시적 마비에 따라 전국적으로 약 9000건, 610억원의 피해보상신청이 접수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이 진행 중이다.
위기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통합 대응체제 구축 및 전력계통 운영주체 통합 논의가 진행중이다.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되짚어보고 올바른 대책을 모색함으로써 이를 우리나라 전력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많은 언론매체가 지적했듯이 정전 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은 늦더위에 냉방부하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동계 최대수요전력에 대응하고자 많은 발전소를 작동할 수 없는 계획정비 상태에 둔 전력거래소의 단기 수요예측 실패였다.
이에 더해 예비율 산정의 시스템적 오류, 전력거래소·지식경제부·한전 등 유관기관의 정보공유 및 협업라인 부재, 순환 정전에 대한 적절한 대국민 홍보수단 미비 등의 문제가 결합돼 순환정전이라는 초유의 대란이 발생하게 됐다.
이러한 순환정전의 일차적인 원인에 대한 해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력수요예측 시스템 등 전력거래소의 업무 인프라를 더욱 정교히 하고, 관련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며, 우리나라 전력계통 운영 주체의 최적 대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IT기술을 이용한 효과적인 대국민 홍보 체제를 구축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법은 지극히 난해하다.
그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전력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향후 수년간은 그 해결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전력 부족의 해법은 전력 공급을 늘리는 것과 소비를 줄이는 것 두 가지다.
그러나 전력 공급을 늘리고자 발전·송전·변전 시설을 완공하는 데는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전력설비 증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당장 전력공급 확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전력수요를 줄이는 노력에서 전력부족의 해법을 구할 수밖에 없는데, 전력수요 감축의 두 가지 축은 전기요금의 가격기능 회복과 전 국민이 동참하는 절전 운동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의 가격기능 회복이란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전기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임에도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7배에 이른다는 사실은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의 전기요금 이외의 요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원가 이하의 저렴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일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비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에 따른 국가경제적 폐해를 시정하는 일 이외에도 전력부족 상황에서 무분별한 전력소비를 억제하여 전력예비율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환경하에서 전력 수급상황에 따른 실시간 전기요금 변동제를 도입해 고객들의 합리적인 전기사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부족 해결의 두 번째 해법인 절전은 유감스럽게도 그 효과를 낙관하기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상 초유의 순환정전을 경험한 바로 다음날, 대대적인 절전 홍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순환정전 시행 직전보다 높은 최대수요전력을 기록하는 등 전력부족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전기절약 실천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더욱 더운 여름과 더욱 추운 겨울이 되풀이될 전망하에서, 또 전기냉방과 전기난방 수요 폭증에 따라 기온 1 변화에 약 100만의 공급능력 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발전 설비의 확충이 가시화되는 2014년까지 세 번의 겨울과 두 번의 여름을 잘 견뎌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절약은 또 다른 생산이다. 전 국민이 동참하는 전기절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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