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물론 이것이 사회몰락의 제1동인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항상 몰락기에 있어서 나타나는 징조로서 상층계급과 하층계급 간의 대립·갈등으로 서로 넘어갈 수 없는 간극이 생기고 이로 인한 충돌이 일어나면서 그 사회가 몰락했다는 사실이다.
원래 안정된 사회의 경우에는 이러한 계급 간의 갈등은 적다. 왜냐하면 함께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이들 상호간에 함께 나눌 파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경쟁적으로 되면서 차츰 파이가 한쪽으로 부풀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견고한 사회를 떠받치고 있었던 중산층이 몰락하게 되며 더욱 하층계급이 살기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공존이 차츰 대립의 양상을 띠기 시작하는 것이다.
천년을 견고하게 내려온 로마사회 역시 이런 전철을 밟았다. 물론 외적인 원인으로서의 게르만 민족의 침입이 있었지만 침입 이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이처럼 견고한 사회가 대단히 취약해져 있는 상태에 있었고 이에 따라 이러한 게르만 민족의 침입이 로마제국을 무너지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원래 로마는 강력한 군대 조직에 의해 세계제국을 건설했고 이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러한 군대조직의 근간을 이뤘던 것은 바로 농민들이었다. 자영농을 하는 이들 농민들은 로마가 세계제국으로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군대란 전쟁이 있을 때에는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평화 시에는 질서유지 외에는 특별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평화 시에 그의 농토를 경작하게 되는데 로마가 대제국으로 건설되면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싼 농산물로 인하여 자영농에 의한 농업생산은 줄어들었고 결국 군대의 근간이 된 이들이 먼저 몰락하게 된다. 더욱이나 해외의 넓은 영토에서 신흥귀족에 의한 대농장이 만들어지고 대농장이 노예에 의해 경작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없던 로마 내의 토지를 소유했던 옛 귀족들 역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처럼 로마를 대제국으로 발전시킨 중추적인 역할을 한 농민들과 옛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로마사회는 내부적으로 대단히 불안정하게 된다. 결국 거대한 부를 이룬 신흥귀족인 상층계급에 의한 부의 편중과 이에 따른 극도의 사치와 타락이 계급간의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고 마침내 바로 로마제국을 멸망의 길로 인도하게 됐던 것이다.
이러한 로마제국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자, 한 번 비추어 보자.
우선 산업화를 이뤘던 60~70년대에 산업 발전을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산업역군들, 기술발전을 위해 그처럼 노력을 경주했던 소규모 중소기업들, 그리고 해외건설 현장에 나가 땀을 흘리며 외화를 벌어왔던 이들을 로마제국에 있어서의 농민과 소지주로서 보고, 이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대기업이 된 재벌들을 로마제국의 신흥귀족들로서 본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의 모습과 대단히 흡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오늘날 대형마트의 진출은 자영상인을 몰락시키고,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은 음식업을,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문을 닫게 하는 모습들은 마치 로마시대의 신흥귀족들에 의하여 농민과 소지주들을 몰락하게 만드는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그리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싼 물건들, 1%의 상류층에 의한 부의 편중과 그들의 극도의 사치와 타락,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로마의 발전과 그 이후의 말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양극화가 계속 심화돼 왔다. 물론 양극화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가 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월가에서의 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곧바로 새로운 사회의 혁명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거대한 기존세력에 밀려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로마의 몰락에 비추어보면 전세계적으로 이미 단순한 사회변화가 아닌 사회의 진정한 새로운 변혁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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