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자본주의 위기 초래하는 월가의 탐욕, 한국 금융권의 탐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찬]자본주의 위기 초래하는 월가의 탐욕, 한국 금융권의 탐욕

[시론]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1-10-12 14:17
  • 신문게재 2011-10-13 21면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상반기까지 10조원의 당기순이익 달성, 올해 전체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07년의 15조원을 넘어 20조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 연말에는 대규모 보너스 잔치가 예상됨….' 경기불황, 청년실업, 고유가 그리고 치솟는 물가와 싸우는 서민들에게 이런 소식은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이런 실적을 보이는 분야는 다름 아닌 한국의 은행권이다. 은행만이 아니다. 주식시장의 대폭락 상황에서도 증권사의 이익규모는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어 올 연말에는 수십억원의 보너스를 받는 직원도 나올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바다 건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월가를 비롯해 수도인 워싱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타락한 금융자본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뉴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위대가 월가를 비난하는 이유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흉이면서도 대다수 서민이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를 받아가 타락한 자본주의의 모델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통해 대출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집값의 10%만 있으면 나머지 90%는 대출을 해주고 막대한 수수료와 이자를 챙겨서 흥청망청 나누어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경기와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많은 국민을 외면하고 자신들만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인 것이다.

사실,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자신만만해 있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1대 99의 불평등 사회가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다. 자본주의 체제는 태생적인 문제점으로 '빈익빈부익부'의 문제를 안고 있다. 10억원을 가진 사람의 자본소득을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록, 정당하게 10억원을 벌었다 하더라도 100만원을 가진 사람 처지에서는 상대적 불평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을 만들어 막대한 돈을 챙기다가 금융위기를 초래해 놓고도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를 받아서 흥청망청 쓰는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화폐의 본질적 기능은 물건을 거래하는 데 있어서 교환을 편리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 화폐는 교환의 편리함이라는 본질적 기능보다는 투기적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가 너무 비대해지게 되었고, 돈이 돈을 버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금융서비스업이 쉽게 돈을 버니 보수를 많이 주게 되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쉽게 돈을 벌지 못해 보수가 적은 제조업 등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 요즘 자본주의의 일반적 현상이 되어 버렸다.

모두가 재산을 공유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이 소유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 논리는 타당하고 우월하다는 것을 역사는 판정해 주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붕괴 이후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장이 커지면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체제 아래서 능력과 부를 독점한 일부 계층의 부도덕한 행동은 나머지 대다수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모두가 아는 '빈익빈 부익부'라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점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사회 각 부문에서 실천해야 할 때다. 따라서 올해 한국의 은행과 증권 등 이익을 많이 낸 금융 부문은 이익이 어디서 생겼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은행권의 이익은 예금이자는 낮게 주고 대출이자는 높게 받아 결국 가뜩이나 고물가와 불황으로 어려운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왔을 것이고, 증권사의 이익은 주식 대폭락의 와중에 자산이 반토막 되면서 고통 받는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의 금융 산업도 도덕성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한 단계 높이는 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