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한편에서는 바다 건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월가를 비롯해 수도인 워싱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타락한 금융자본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뉴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위대가 월가를 비난하는 이유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흉이면서도 대다수 서민이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를 받아가 타락한 자본주의의 모델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통해 대출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집값의 10%만 있으면 나머지 90%는 대출을 해주고 막대한 수수료와 이자를 챙겨서 흥청망청 나누어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경기와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많은 국민을 외면하고 자신들만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인 것이다.
사실,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자신만만해 있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1대 99의 불평등 사회가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다. 자본주의 체제는 태생적인 문제점으로 '빈익빈부익부'의 문제를 안고 있다. 10억원을 가진 사람의 자본소득을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록, 정당하게 10억원을 벌었다 하더라도 100만원을 가진 사람 처지에서는 상대적 불평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을 만들어 막대한 돈을 챙기다가 금융위기를 초래해 놓고도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를 받아서 흥청망청 쓰는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화폐의 본질적 기능은 물건을 거래하는 데 있어서 교환을 편리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 화폐는 교환의 편리함이라는 본질적 기능보다는 투기적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가 너무 비대해지게 되었고, 돈이 돈을 버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금융서비스업이 쉽게 돈을 버니 보수를 많이 주게 되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쉽게 돈을 벌지 못해 보수가 적은 제조업 등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 요즘 자본주의의 일반적 현상이 되어 버렸다.
모두가 재산을 공유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이 소유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 논리는 타당하고 우월하다는 것을 역사는 판정해 주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붕괴 이후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장이 커지면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체제 아래서 능력과 부를 독점한 일부 계층의 부도덕한 행동은 나머지 대다수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모두가 아는 '빈익빈 부익부'라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점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사회 각 부문에서 실천해야 할 때다. 따라서 올해 한국의 은행과 증권 등 이익을 많이 낸 금융 부문은 이익이 어디서 생겼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은행권의 이익은 예금이자는 낮게 주고 대출이자는 높게 받아 결국 가뜩이나 고물가와 불황으로 어려운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왔을 것이고, 증권사의 이익은 주식 대폭락의 와중에 자산이 반토막 되면서 고통 받는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의 금융 산업도 도덕성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한 단계 높이는 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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