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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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를 보며

  • 승인 2011-10-12 14:13
  • 신문게재 2011-10-1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중고등학생 때는 농구를 좋아하다가 대학과 군대 시절엔 축구에 쏠리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야구에 빠졌다가 중년이 되면 골프로 관심이 옮겨진다. 남자는 일생 갖고 노는 공 크기가 점차 작아진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는 상대적이다. 프로야구 여성 관중 40% 시대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람은 자기 눈높이에서 대상을 바라본다. 산악인에게는 등산이 인생 같다. 마라토너는 인생이 그대로 마라톤이라 한다. 바둑 애호가 눈에는 바둑판이 인생의 축도로 보인다. 옆에서 더 잘 보이는 것까지 닮아 있다. 주식 투자가 인생 같다는 사람, 그가 만약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같은 언덕으로 볼 줄 안다면 도통한 투자자다.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야구를 인생살이에 비유했다. 좋은 공을 고르고 치고 달리고, 홈을 떠나 홈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그렇다. 그도 말했지만 홈을 밟는 선수를 보면 집에 돌아오는 자식 맞는 반가움이겠구나 싶다. 처음 떠났던 집(홈)으로 돌아와야만 점수가 주어지는 경기.

이 야구를, 가정이 고향이고 고향이 고국인 미국인들이 창안한 사실은 참 자연스럽다. 이 항구 찍고 저 항구 찍고 귀항(歸港)하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는 유래설도 있다. 이때는 항구가 홈, 야구는 본루가 홈(=홈 플레이트)이다. 본부, 본거지, 기지, 발상지도 홈이다. 야구의 역사는 1620년 영국 청교도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향했을 때 벌써 꿈틀댔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의식의 고속도로를 타면, 귀향의 절절함이 덜한 유럽에서 야구 인기가 시들한 이유가 거칠게나마 설명된다. 고급 가구를 천막 안에 들이고 사는 아랍인의 야구 무관심이 그렁저렁 이해된다. 생활이 야구 불모지의 여건을 충족시킨다. 어디든 천막 치면 집이고 고향이라 홈을 떠나 홈을 밟는 의미가 감격적이지 않다.

▲ 사진제공=뉴시스
▲ 사진제공=뉴시스
야구 하나로 전부 일반화하는 건 당연히 무리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서기 전에 흙 묻은 신발을 벗는 일본인에게서 열도의 야구 열풍을 어렵지 않게 떠올린다. 미국인의 삶은 매일매일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home)으로 살아 들어오기(in)의 반복이다. 저녁식사는 재회, 재생하는 가족 의식을 치르듯 한다. 2경기나 남겨둔 상황에서 한화의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가 미국 '홈'으로 건너간 일도 그리 알면 편하다. “외국인 선수들은 가족을 일보다 중히 여겨요.” 한화 관계자의 말 그대로다. 미국이 우주정거장, 우주왕복선을 만든 것조차 '홈인'을 중시하는 미국다운 발상이다.

한국인의 귀소본능, 이 역시 친(親)야구적인 뇌 구조 활성화에는 일등공신이다. 야구가 미국처럼 '내셔널 패스트타임'(국민의 여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홈에서 홈, 홈커밍의 되풀이! 룰이고 숙명이다. 서둘러 귀향한 두산, LG, 한화, 넥센팀도 다시 '홈인' 채비를 한다. 팀당 133경기 대장정 후 포스트시즌에 들어간 리그 상위팀들은 홈인이 간절하다. 현재 정규 시즌 3·4위팀 SK와 기아의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다. 이긴 팀은 16일부터 시즌 2위팀 롯데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그 승자가 24일부터 1위팀 삼성과 '한국시리즈'로 프로야구 자웅을 가린다.

정규 리그(페넌트레이스)→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도 일련의 귀향 시리즈다. 올 시즌 달성한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가 철학적 합리성, 윤리적 유용성으로 설명될까? 그렇지 않다. 홈을 밟으면 뜨겁게 환영해주는 관중 덕이다. 내년 시즌엔 NC의 공룡 다이노스까지 고향땅 밟기 운동에 가세한다. '인생은 홈을 떠나 홈을 밟아 돌아오는 야구와 같다.' 전혀 엉뚱한 정의는 아닐 것 같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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